굴절검사 없이 맞춘 근시 안경, 우리 아이 눈 나빠지게 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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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4 07:10  |  수정 2022-10-04 07:23  |  발행일 2022-10-04 제16면
만 6~7세 시력 발달 완성…시력 발달 저해 요소 발견 늦으면 약시 발생↑
대부분의 약시 한쪽 눈에서만 발생…정확한 굴절교정 후 안경 처방 중요
안경 써서 눈 나빠지는 것 아냐…근시, 신체와 함께 눈이 길게 자라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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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큰 딸을 둔 김모(39)씨는 안경점을 찾았다. 딸이 수업시간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 탓이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본 탓에 당연히 시력이 나빠졌을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너무 빠르단 생각이 들었다. 안경을 맞추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불안감이 몰려왔다. 단순히 안경을 맞추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영상기기에 일찍 노출된 아이의 눈을 제대로 점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력이 완성되기 이전 제대로 된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

◆시력 완성 6~7세 전 안과적 검사해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일찍부터 눈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탓에 시력검사를 하러 온 어린이들에게 시력 발달을 위해 안경 착용을 권하면 "꼭 써야 하나요" "눈에 꼭 안약을 넣어야 하나요" "어렸을 때 쓰면 평생 써야 한다고 하던데"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빨리 나빠지지 않나요" 등의 질문과 함께 거부감을 느끼는 부모가 대다수다. 한 마디로 이렇게 어린 나이 때부터 "안경을 꼭 써야 하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시력은 물체의 존재 및 그 형태를 인식하는 능력으로, 눈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와 매우 유사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은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를 통과해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에 영상이 맺힌다. 어린이들은 만 6~7세쯤에 비로소 시력 발달이 완성된다. 어린이의 나이별 정상시력은 △3~6개월은 0.1 △1세는 0.2 △2세는 0.3 △3세는 0.5~0.6 △4~5세는 0.7~0.8 △6세 이상은 1.0 이상이다. 정상 시력으로 발달하게 되는 요소는 △선명한 망막상 △동일하게 선명한 두 눈의 망막상 △적절한 눈 위치 등 이다. 반면, 정상시력 발달을 저해하는 요소에는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눈썹 찔림 사시(부적절한 눈 위치) △선천 백내장 등 기질적 문제가 있다. 만6~7세를 넘겨서 발견할 경우 약시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

약시란 시력저하가 있으면서 안경교정으로 정상시력이 되지 않고 시력표 상 두 눈 간의 두 줄 이상의 시력차이가 나는 것을 말한다. 약시가 생기는 원인으로는 △양쪽 눈 시력이 같지 않은 굴절 부등시 △사시 △안검하수와 선천 백내장 등의 기질적 문제가 있다.

약시는 치료시기에 따라 완치율이 다르다. 치료시작 시기에 따른 완치율을 보면, 만 4세는 95%에 이르지만, 만 5세는 73%, 만 6세는 63%, 만 7세는 56%로 절반가량으로 떨어진다. 특히 만 8세의 경우는 23%로 만 4세때보다 4분의 1수준으로 완치율이 낮아진다. 그런 만큼 시력이 완성되기 전인 만 6~7세쯤에 반드시 안과적 검사가 필요하다. 약시는 대부분 한쪽 눈에서만 발생하는데 치료에는 '가림치료'와 '아트로핀 처벌치료'가 있다. 그 전에 눈의 굴절교정(만 10세 이전은 동공마비제 필수)을 정확히 한 후 안경을 맞춰 망막에 상을 잘 맺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력교정에 대한 편견들

시력교정에 대한 편견 중 가장 흔한 것은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정시는 눈이 축구공처럼 동그랗다고 생각하면 쉽다. 만 20세까지 자라도 수정체의 굴절력에 의해 망막에 깨끗한 상이 맺혀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좋은 시력이 유지된다. 하지만 근시는 안경 착용과 관련 없이 정시보다 눈이 럭비공처럼 긴 상태로, 만 20세까지 계속 자란다. 안경을 쓰더라도 3~6개월 안에 안경도수를 바꾸어 주지 않으면 눈이 자라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안경 도수를 다시 맞추어 주면 시력은 올라간다. 즉, 근시에 의해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신체의 성장과 함께 눈이 점점 길게 자라기 때문으로, 이에 맞게 안경도수만 잘 맞추어 주면 시력은 잘 유지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또 거부감을 가지는 것 중 하나는 눈에 약을 넣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안과에서 정확한 안경 처방을 위해 아이의 눈에 약을 넣고 검사하자고 말하면, 상당수의 부모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아이도 약 넣는 걸 무서워하는데, 그냥 안경 처방을 받으면 안 되나"고 반문한다.

눈에 조절마비제를 넣고 하는 굴절 검사를 '조절마비하 굴절검사'라고 한다. 불편하고 번거롭지만, 만 10세 이하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눈의 상태를 확인할 때, 특히 처음 안경 처방을 받을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과도한 조절에 의해 근시가 있는 것처럼 굴절검사가 나오는 '가성 근시'의 경우 조절마비굴절검사에 의해 정시로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검사 없이 근시 안경을 처방하면 망막의 상이 더 뒤로 밀리면서 근시를 조장할 수 있게 된다. 또 과도한 조절로 생기는 절성 내사시의 경우에는 조절마비하 굴절검사의 도수대로 안경처방을 하는 것이 사시의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했다.

또 다른 편견은 "어린 나이부터 안경을 쓰는 것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만약 만 2세 이전이라도 굴절에 의한 내사시가 생기면 만 1~2세라도 안경을 착용해 눈의 위치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시력발달을 도와준다. 그렇지 않으면 약시가 발생하게 된다. 또 약시의 치료는 빠를수록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어리더라도 필요하면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먼 곳을 볼 때 찡그려서 보고,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여서 학업에 흥미를 잃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적당히 안경을 씌워주는 것이 아동의 심리적 발달이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이동철 교수(안과)는 "간혹 아이의 시력이 마이너스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들이 있는데 시력에는 마이너스가 없다. 보통 안경도수와 시력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아이는 근시임을 가정할 수 있다"면서 "어린 나이에 안과에 올 경우 안경 착용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수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때문인 경우가 많다. 눈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시력이 완성되기 이전인 6~7세 전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이동철 계명대 동산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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