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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에 진입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저금리 시대는 확실히 마침표를 찍고 '고난의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당장 대출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8%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가계·기업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것으로 보인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생산·소비·투자·수출 둔화에 따른 전반적 경기침체 현상은 한동안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기준금리 10년 만에 3%대 진입
고공행진 중인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이후 석 달 만에 또 '빅스텝'을 밟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4·5·7·8월에 이은 사상 첫 다섯 차례 연속 인상이다. 금통위의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도 빅스텝을 결정한 요인이 됐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20~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로 인해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우리 금융당국의 고민을 키웠다. 만약 한은 금통위가 이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고 11월 초 미 연준이 예상대로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미국 3.75∼4.00%·한국 2.75%)까지 벌어지게 된다.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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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끝이 아니다" 공포 엄습
금통위의 이번 빅스텝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기준금리 상승 기조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져 3.5%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거대한 공포가 기다리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상승 영향 등 추가 상승 압력이 작용하면서 5~6%대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3.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환율상승과 주요 산유국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기전망과 관련해서도 암울한 전망 일색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대출 이자비용 부담이 문제다. 한은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자료에 따르면, 빅스텝을 밟으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천억원 늘어난다. 인상 폭이 0.25%포인트 인상하면 부담할 이자는 3조3천억원이 증가한다. 기준금리가 0.50%였던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2.5%포인트 오르면서 14개월 사이 늘어난 대출이자만 33조원에 이른다.
자영업자는 물론 이 기간 차입투자 형태로 부동산 등 자산을 사들인 20~30대 등은 부채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며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게 금융불안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꼬집었다.
일반 기업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빅스텝을 밟으면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3조9천억원 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기업대출은 상승세다.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694조8천990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59조111억원(9.3%)이나 늘어났다.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에겐 대출상환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회사채 금리도 크게 올라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은행 등 금융권의 건전성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한편 4% 후반대로 진입한 은행 예금금리는 조만간 5% 시대에 도달할 전망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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