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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 주최, 대구시 주관으로 열린 '청소년 마약류 사범 증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공> |
10~20대 마약사범이 크게 늘면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20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은 2016년 81명에서 2021년 309명으로 5년 만에 3.8배 늘었으며, 20대의 경우 1천327명에서 3천507명으로 2.64배 증가했다. 초범 비율도 2017년 69%에서 2022년 6월까지 80%까지 높아졌다.
신종 마약의 확산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관세청이 올해 상반기 단속한 밀수 단속현황에 따르면, 단속된 455건 중 필로폰과 코카인 등 기존 마약은 15%(68건)에 불과했다. 대신 향정신성의약품과 임시마약류가 포함된 '신종 마약'은 53%(234건)나 됐다. 이런 추세는 기존 마약류 유통방법과 달리 청소년·청년들이 인터넷, SNS를 통해 손쉽게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박성수 세명대 교수(경찰학과)는 "가장 문제가 되는 청소년 마약류 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며 "마약류 중독예방은 마약과의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다. 특히 청소년 마약류 문제는 단속·처벌보단 재활치료와 사전예방교육이 중요한 만큼,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환경 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마약 '펜타닐'…교육이 필요하다
20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 주최로 열린 '청소년 마약류 사범 증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집중 거론됐다.
이날 우선, 청소년 마약사범 사이에서 흔히 퍼지고 있는 마약류 진통제 '펜타닐' 중독에 대해서 논의가 나왔다. 경남경찰서 김대규 경정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부산경남 소재 병원 등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판매하고 투약한 10대 청소년 56명을 검거했다.
김 경정은 "현재 마약류 압수량이 1천295.8kg이다. 최근 5년간 비해 783%가 늘어났다. 암수범죄는 얼마나 많을지 모를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필로폰 등 주사기를 꽂는 마약 투약은 몸이 상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환각 계열의 마약이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못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필로폰, 코카인 등 흡입하거나 투약하는 것만 마약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변화가 너무 심해진 게 느껴진다. 7년동안 마약사건을 다뤄왔는데 현장에서 느껴지는 부분은 그 이상으로 체감된다. 그 중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계기는 펜타닐 사건으로, 문제는 청소년들의 마약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다수 검거된 대다수 청소년들이 펜타닐이 이렇게 위험한 마약인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약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흡연, 음주예방 교육은 받았지만 마약 예방교육은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어 마약류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마약사범 청소년, 처벌보단 예방에 주안점 둬야
전문가들은 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청소년기의 특성을 고려해 처벌보단 '재범 방지'를 위한 예방에 주안점을 둬 마약류 예방 교육에 철저히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진실 변호사는 그가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 사범들을 예시로 들며, 청소년 마약사범 수사 과정과 구속 과정에서의 면밀한 '스크리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고등학생 마약판매상인 A양이 검거됐을 때 나이가 19세였고 첫 투약이 이뤄진 것은 18세였다. A양은 서울 강남구 평범한 집에서 살고 있는 학생으로 왕따를 당하면서 반발심으로 일탈 행위를 했고, 주변인으로부터 마약을 권유받아 심각한 중독에 빠졌다"며 "필로폰 중독자인 B양도 가정문제로 가출한 뒤 남성들로부터 처음 필로폰을 접했고, 심각한 중독자가 돼 자발적으로 성매매까지 제안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그들이 마약을 접하게 된 환경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청소년들에게 대다수 마약을 권유하는 성인들에 대해 처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청소년 사범에 대해 대다수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서 선처를 하면서 수사협조를 통해 공범을 잡는 데 목적이 있어, 마약에 이르게 된 근원적인 문제를 조사하는 데 주안점을 두진 않는다"고 지적하며 "재범을 멈추기 위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포인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박 변호사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조기 개입해 청소년 마약 사범에 대해 스크리닝 하는 방안 △프로그램 이수 후 기소유예 처분하는 방안 △성인 교육 프로그램과의 차별화 △판결선고 시 치료명령 부과 등을 제안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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