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없는 폭 5m 지하도, 차량-유모차 아찔한 교행

  • 서민지,이자인
  • |
  • 입력 2022-10-31 07:04  |  수정 2022-10-31 07:18  |  발행일 2022-10-31 제6면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 <14> 망우당네거리 지하차도
"동촌유원지·강변 진입 최단 길
어쩔 수 없이 지나지만 늘 불안"
수성구 - 동구 행정 경계 위치
보행안전 개선대책 협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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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효목동 측 망우당네거리 지하차도를 한 주민과 오토바이, 차량이 동시에 지나가고 있다. 서민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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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4시쯤 대구 동촌유원지 진입 직전의 수성구 망우당네거리 지하차도. 주말을 맞아 산책을 나온 듯한 일가족과 애완견이 지하차도 절반 가까이 차지한 채 지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었던 영남일보 취재진은 이들이 완전히 지하차도를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린 후 차량을 움직여야 했다.

총연장 57.2m, 폭 5m 규모의 망우당네거리 지하차도는 수성구 만촌1동과 동구 효목1동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차도의 절반은 수성구 행정구역, 나머지 절반은 동구 행정구역으로 공사가 완료된 1997년 이후부터 두 구역을 연결하는 차도로 이용되고 있다. 차도 안에는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없다. 동구 측 지하차도 입구 바로 앞에서 인도가 사라진다.

문제는 이 지하차도가 주거시설이 밀집한 만촌1동에서 동촌유원지와 금호강변이 있는 효목1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 가장 짧은 코스인데도 '인도'가 없어 주민들이 '차도'를 인도로도 이용하고 있다. 동촌유원지 일대는 먹거리·놀 거리 시설이 즐비할 뿐 아니라 산책로도 있는 까닭에 유동인구가 많다. 동구 쪽 지하차도 입구 근방에는 대구지방기상청, 아양아트센터 등도 있어 출·퇴근, 방문 차량 등도 적지 않다.

인근 만촌1동에서 20여 년 거주한 한 주민은 "아침저녁으로 동네 주민이 동촌유원지 강변으로 산책을 많이 다니곤 한다"며 "망우당 지하차도에서 워낙 예전부터 차량과 사람이 함께 교행해 왔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 많이 둔감해졌던 게 사실이다. 수성구청에서 나름대로 벽에 벽화를 그리고 꾸며놓기는 했지만, 이곳을 지날 때마다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지하차도에는 특히 많은 사람이 오갔는데, 보기에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졌다. 5m의 좁은 폭에서 양방향으로 차량이 지나가고, 남는 공간에 보행자가 터널 벽에 붙다시피 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방향에는 유모차를 끄는 여성이 지나가고, 다른 방향으로는 차량이 지나가는 상황도 목격됐다.

지하차도를 향해 걸어오던 70대 한 어르신(여·75·수성구 만촌동)은 "걷기운동을 위해 평소에 자주 동촌유원지를 가는데 차 소리도 크게 울리고 '쌩'하고 지나가니 무섭기도 하지만, 이 지하차도가 아니면 효목동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횡단보도를 몇 개 건너야 하는 등 멀리 돌아가야 해서 할 수 없이 이곳으로 다닌다"고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지하차도 관할 구청들은 보행자 안전 개선을 위한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인도를 만들 수 있는 폭이 되는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동구청과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도 "지하차도 유지관리는 수성구청이 하고 있지만, 주민이 불편을 느낀다고 하니 수성구청과 함께 지하차도에 2m 조금 넘는 인도가 들어갔을 때 차량 통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수성구 측 지하차도 입구에는 '2019년 10월 안전점검 필' 및 '안전등급 B(양호)'라고 적힌 현판이 걸려 있었다. 수성구 안전총괄과에 따르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지하차도 등 안전점검에서는 노면·기둥 등의 균열 및 손상, 누수 상태 등을 살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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