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In&Out] 초대형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리뷰…웅장한 바그너 사운드·현대적 연출, 대구오페라축제 위상 높였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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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7  |  수정 2022-10-27 07:32  |  발행일 2022-10-27 제16면
공연장 휘감은 입체적 사운드 완급 조절도 탁월해 몰입도 높아

유럽 주요극장 트렌드 반영 고전을 우리 시대 이야기로 풀어

4일간 17시간 공연에도 관객 호응…"대구 문화적 역량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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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 '니벨룽의 반지' 중 '신들의 황혼'(위쪽)과 '발퀴레'.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이토록 한국에 바그네리안(바그너 오페라의 열성 애호가)이 많았던가.'

지난 23일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무대에 오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마지막 무대 '신들의 황혼' 커튼콜에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니벨룽의 반지'는 독일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이 지난 7월 무대에 올린 최신작으로, 공연 시간만 총 17시간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이다. 대구에선 오페라축제 무대에 초청돼 '라인의 황금'(16일), '발퀴레'(17일), '지그프리트'(19일), '신들의 황혼'(23일) 등 4일간 전편이 공연됐다. 전편이 한국에서 모두 공연된 것은 2005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내한 이후 두 번째, 대구에선 첫 번째 시도다.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한 이번 공연은 무대 세트를 최소화했다. 오페라에서 흔히 보는 대형 구조물은 없지만 영상이 이를 대신했다. 카메라맨은 관객이 보지 못하는 무대 뒤편과 오케스트라 피트, 출연자의 모습을 촬영해 무대에 비췄다. 그랜드피아노, 금관악기 등 여러 종류의 악기를 소품으로 활용한 것도 이번 무대의 특징이다. 악기를 활용한 장면 중 일부는 설득력이 약했지만 감상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4회 공연에서 호평을 받은 건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는 웅장한 '바그너 사운드'로 공연장 전체를 휘감으며 입체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완급 조절도 탁월해 몰입도를 높였다.

마지막 공연 커튼콜에선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위로 올라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뚫고 힘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 브륀힐데 역의 다라 홉스에 대한 관객 호응도 높았다.

공연 때마다 공연장 안팎에서도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공연 사이 휴식 시간에 관객들은 오페라하우스 앞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공연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에 사용된 20종류에 달하는 악기를 보기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를 들여다보는 관객도 많았다. 오페라하우스 측은 프로그램북을 공연마다 100부를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소장 목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관객이 많아 600부를 추가 제작했다.

'니벨룽의 반지'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전국적인 위상을 한층 더 높여 축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 따르면 통상 축제 기간 인기 작품의 대구 외 관객 비율은 30%였지만 이번 공연은 약 50%(외국인 포함)로 집계됐다.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장은 "이런 기획은 서울에서도 쉽지 않다. 만하임국립극장은 바그너 공연의 전통이 굉장히 깊은 극장이다. 그 극장에 있는 인력을 모두 데리고 와서 대구에서 불과 일주일에 네 편을 다 올리는 기획을 한다는 자체가 대구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또 "'니벨룽의 반지'나 바그너 작품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이번 공연은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 유럽 연출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연출이었다"며 "현재 유럽 주요 극장 중 고전을 고전적으로 연출하는 극장은 한 군데도 없다. 옛날이야기지만 결국 현재에도 그 이야기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로이트(바그너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도시)에서도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연출을 해 성악가, 오케스트라 단원까지 보이콧할 정도였는데 그런 식으로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보존만 했다면 50년도 못 버텼을 것"이라고 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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