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경찰 대응 문제 도마에…"의경 인력 있었으면 어땠을까"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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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3  |  수정 2022-11-03 06:45  |  발행일 2022-11-03 제3면
이태원 참사, 경찰 대응 문제 도마에…의경 인력 있었으면 어땠을까
대구남부경찰서 소속 의경들이 지난 4월 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의경 제도 폐지 조치에 따라 6월 전역 또는 다른 지역에 재배치 됐다. 영남일보DB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의 늑장 대응 속에 ‘경찰력의 한계’ 또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력배치와 안이한 대응에서부터, 지난 6월 대구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완전 폐지될 '의무경찰 인력'의 보충까지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입장표명을 통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 있었지만,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판단을 한다"며 인력 등 경찰의 대응 부족을 사실상 인정했다.

특히 경찰 대응 중에서도 경력 배치와 가용인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 업무를 보조하며 집회·시위 등에 투입됐던 '의무경찰' 감축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의경은 지난 40여년간 군 복무를 대체해 각종 집회·시위 현장, 교통질서 유지 등 경찰 업무를 보조해 왔자만, 2017년 국정과제로 의경 감축·폐지 계획을 세우면서 2019년부터 인원 감축이 진행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매년 의경을 줄이면서 경찰관 기동대를 창설해 대체했지만, 1대 1 비율이 아니라 기존 의경 수만큼 충원할 순 없다"며 "더구나 최근 수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전에 비해 경비수요가 적었기에 축소 운영해온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기동대는 정원보다 현원이 적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동대 정원은 총 5천236명이었으나 현원은 4천552명으로 700명 가까이 공백이 있다. 대구경찰도 마찬가지로, 지난 6월30일 이후 기존 의경이 모두 전역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되면서 지난해와 올해 모두 정원보다 현원이 더 적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서울역, 광화문을 중심으로 시위에 집중 투입된 기동대 인력의 일부라도 이태원에 배치돼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결국 예방과 통제를 염두에 두지 못하고 경력 배치를 잘못한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경 제도 폐지는 인구 절벽에 따른 군 현역병 감소에다 전문성을 요하는 치안 업무에 의경을 투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됐다. 다만, 그럼에도 시민들 사이에선 의경 폐지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의경으로 복무한 전모(28)씨는 "의경이 경찰관 1명을 대체할 만한 역량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했을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의경 인력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그런 상황에선 개개인의 역량보다도 인력 자체가 중요했을 것 같다"고 했다.

역시 의경 경력이 있는 박모(32)씨도 "사실 의경은 업무가 많은 경찰관에 비해 예비인력으로 가용하기 쉽고, 현장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안전 관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젠 정규직 경찰이 그 업무를 다 소화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경력 배치의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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