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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기자(체육부) |
지난달 울산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전에서 대구와 경북은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대구는 역대 첫 광역시 1위이자 전체 6위에 올랐다. 대구 선수단이 가져온 금메달 47개와 은메달 61개, 동메달 84개는 역대 최다 메달이었다. 자전거 종목 신지은이 '깜짝' 4관왕을 차지했고, 고교 1학년생 신대희는 '역도 신동'답게 형들을 제치고 3관왕에 올랐다.
종합 준우승에 도전한 경북은 서울에 불과 488점 부족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경북 선수단 역시 금메달 95개, 은메달 89개, 동메달 130개 등 모두 314개의 메달을 수확해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갈아치우며 자존심을 높였다. 한국 여자 수영 간판 김서영은 전국체전 2회 연속 5연패라는 발자취를 남기면서 경북의 선전을 이끌었다.
전국체전은 체육부 기자에겐 국내 대회 중 가장 비중이 큰 이벤트이다. 당연히 울산을 찾아 현장에서 난생처음 전국체전을 취재했다. 그 감동은 아직도 선명하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 예선과 본선, 강팀과 약팀을 막론하고 모든 선수, 코치진, 관객이 매 순간 치열하게 몰두하는 모습이 올림픽 못지않았다.
가장 큰 울림을 준 경기는 대구시체육회장 특별 표창을 받은 효성여고 농구부의 준결승 경기다. 실상 한국에서 여자 농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몸싸움이 많고, 템포가 빠른 종목이기에 여성이 수행하기 적당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 프로 리그가 있긴 하지만, 여자 배구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진다. 그만큼 여자 농구판에 뛰어든 선수들은 장래가 불투명하다.
고민 끝에 찾아간 현장에선 생각지도 못한 전율을 느꼈다. 이번 전국체전 여고부 농구 경기는 대한민국 그 어느 스포츠 현장보다 뜨거운 투지로 가득했다. 고작 5명의 선수로 구성된 효성여고 농구부는 투혼 그 자체였다. 바로 직전 경기에서 얼굴이 찢어져 10바늘을 꿰매고도 풀타임을 뛴 김정은, 앞니를 뽑아야 할 정도의 중상을 입고도 결승 진출을 걱정한 윤수빈, 김정은과 윤수빈의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사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준 우수하·김지연·정수아는 진정한 농구 선수였다.
현장의 감동과 희로애락은 메달 개수나 종합 순위로는 담아내지 못한다. 역대 최대 또는 최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일반인들에게 와닿지 않을지 모른다. 전남 목포시를 무대로 열릴 다음 전국체전은 체육인과 시민이 교감하는 축제가 되도록 체육계가 특별한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최시웅기자(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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