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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 때 김재걸(왼쪽) 당시 3루 주루 코치가 김현준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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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걸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팀 신임 감독이 3일 경산 볼파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과 각오를 밝히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
"4년 동안 뿌리를 단단히 키운 뒤 위로 쭉쭉 뻗는 모소대나무 같이 기본기 튼튼한 선수, 팀으로 키우겠다"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2군)팀 신임 사령탑에 내정된 김재걸 감독은 지난달 29일부터 경산 볼파크에서 훈련을 이끌고 있다. 이번 달 코치 계약이 종료되면 정식으로 2군 감독직을 맡을 예정이다.
김 감독은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책을 맡아 부담이 있으나, 코치진을 완성한 이후 다함께 논의해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좋은 방향'에 대해 육성형 선수와 즉시 전력감 선수를 이원화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를 키워내야 하는 2군 운영의 본 목적과 1군 전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겠다는 포부다.
김 감독은 "이미 갖춰진 선수들은 2군에서도 실전 경험을 많이 쌓아서 1군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갓 프로 무대에 들어선 선수들은 힘든 훈련을 견디면서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신인급이지만, 훈련 중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퓨처스팀 주전으로 내보내는 등 유동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퓨처스 리그는 팀 성적보다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꼭 승리를 위해서 특정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1군에서 비슷한 상황이 되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보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기에 만약 번트 작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때 1군을 곧 올라갈 선수는 작전을 수행해보고, 더 성장해야 할 선수는 그냥 강공으로 밀어붙이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해 2009년까지 쭉 삼성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간 김 감독은 곧장 지도자 길을 걸었다. 트레이닝 코치, 작전 코치, 주루 코치를 거쳤고, 2019~2020년엔 LG 트윈스 작전 코치로 잠시 팀을 떠나기도 했다. 지난해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1군과 2군 코치직을 오가다가 2군 감독까지 맡게 됐다.
벌써 13년 차 지도자인 김 감독은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현장에서 상황마다 발생하는 결과를 적어두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경기 후 영상과 메모를 비교하면서 복기하고, 시즌 종료 후에도 다시 메모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다.
김 감독은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아주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 NC전 때 3루 도루 작전을 지시한 적이 있는데, NC 3루수 박석민 선수가 우리 팀 도루를 간파해 주루사한 적이 있다. 다음 경기 때는 오히려 이걸 이용해서 도루하는 척 번트를 대서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았다. 선수들이 이전 실패를 이용해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박진만 삼성 1군 감독이 추구하는 기본기에 충실한 야구에 동참하려 한다. 더군다나 퓨처스팀엔 1군 선수단에 비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아서 기초 공사를 더 탄탄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심산이다. 지난 1일 입소한 신인 선수들이 겨우내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방향성도 제시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신인들이 밝고, 신체 조건은 좋은데 아직 내실이 없다.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면서 "느슨한 플레이는 용납하지 않겠다. 퓨처스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돼야 1군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프로 세계는 무한 경쟁이란 사실을 유념하고, 기본기와 기초 체력이 부족하면 살아남지 못하니 각자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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