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인데 이태원 영상 아른거려 집중이 안돼요" 1020세대 트라우마 호소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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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4  |  수정 2022-11-03 16:44  |  발행일 2022-11-04 제3면
수능 코앞인데 이태원 영상 아른거려 집중이 안돼요 1020세대 트라우마 호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3인데 유튜브에서 모자이크 없이 돌아다니는 영상을 본 뒤부터 공부에 집중도 안 되고 하루종일 그 생각밖에 안 나서 미칠 것 같아요."(고3 수험생 A양),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내가 운이 좋아서 살아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1997년생, 26세 B씨)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애도기간을 지내는 가운데 SNS에 '심리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1020세대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정서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부터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참사 관련 게시글이 이어졌다. 자신을 고3이라 밝힌 한 수험생은 "사건 이후 충격적인 영상을 많이 봐 버려서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 일부러 뉴스를 안 보는 데도 일상생활이 힘들다"며 "더 심해지면 심리치료를 받을 생각도 있다. 그런데 당장 수능을 봐야 해서 시간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참사는 희생자의 유가족, 지인, 부상자, 목격자 등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간접적으로 사건을 겪은 시민들에게도 충격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다수 희생자와 나이가 비슷한 1020세대들에겐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156명 중 10대가 12명, 20대는가 104명이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같은 학년 친구들의 죽음을 경험한 1997년생(26세)은 더욱 복잡한 마음이다.

 


조모(26·대구 남구)씨는 "고2때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당시 '내가 운이 좋아서 살아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를 접하면서 그런 생각이 다시 들었다"며 "밤에 이태원 가 본 사람도 많고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간 사람들도 많지 않느냐. 요즘엔 우울해질까봐 유튜브도 의식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SNS 상에서 현장 영상이 여전히 유포되고 있는 만큼, 20대 청년들 사이에선 SNS를 끊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스마트폰에서 인스타그램을 지웠다는 진모(27·대구 북구)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너무 안타깝지만 무분별한 영상을 피하고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단은 멀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벌써 본 영상들이 머리에서 잊히진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오는 17일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과 1020세대를 중심으로 정서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장성만 경북대 교수(정신의학건강과)는 "직접 겪은 사건이 아니고 간접적으로 겪은 사건일지라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특히 처지가 비슷하다고 느끼거나 청소년이라면 어른보다 힘든 역경을 겪어본 일이 적기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며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이지만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으며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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