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 출판기념회를 다녀와서

  • 진정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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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20:08  |  수정 2022-11-14 20:09  |  발행일 2022-12-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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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애은성당에서 열린 '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드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지난 12일 11시 대구 서구 통학로32길 애은성당에서는 '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라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는 평리동에 살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9명의 할머니들이 자신의 생애를 구술을 통해 증언하고 9명의 구술기록봉사자들에 의해 기록된 서사기록집이다.

이날 행사는 책 속의 주인공 할머니와 기록봉사자 그리고 주최 측인 위드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로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진행자가 "처음 낯선 사람이 방문해서 할머니 살아온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라고 묻자 이금자 할머니는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 몇 번 만나니 미더워서 하고 싶은 말이 술술술 다 나왔어예"라고 했다. 또 정정자 할머니는 "제가 좀 내성적이라예. 남편 죽고 바깥 출입도 잘 안 했는데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참 좋았어예. 그 분한테는 다 털어놓게 됩디더"라고 말했다.

한명순 할머니는 "참말로 우예 말로 해야 될지 모르겠심니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김인태 할머니는 "여기까지 불러주시고 책까지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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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 책 속의 주인공인 할머니들이 구술 기록자와 첫만남이 어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수줍게 마이크를 받아 소감을 나누고 있다. 진정림 시민기자

애은성당에는 여러 봉사단체와 마을 주민들이 수시로 넣어두는 '공유 냉장고'가 있어 동네 어르신들이 편하게 이용하는데 이 공유 냉장고를 매개로 만나게 된 평리동 할머니들이 '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의 주인공들이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된 이 생애구술기록작업은 기록봉사자 한명 당 한 분의 할머니 집 위치와 전화번호를 제공 받아 시작됐다. 기록봉사자들은 할머니의 시간에 맞춰 할머니 댁을 4~5회 방문했고 1회당 2시간 가량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할머니들의 다양한 인생 드라마가 기록봉사자들에 의해 다양한 문체로 담겨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총 10명의 봉사자 중 4명이 대학생(경북대 의예과 2명, 계명대 간호과 2명)으로서 중간고사 기간과 일정이 겹쳤는데도 시간을 쪼개어 기록과 편집 표지 일러스트까지 마무리하는 정성을 보여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구술기록봉사자들의 경험담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담담책방 정의석 대표는 "낯선 제가 찾아갔는데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저희 어머님과 연배가 비슷했다. 왜 할머니가 이런 삶을 사셔야 하나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세빈 학생(계명대 간호학과 1학년)은 "이 책을 쓴 작가 중에 제일 어려서 부담감이 많았다. 할머니들이 사투리가 심해서 스마트폰을 찾아가며 '이 말씀이 그 말씀이 맞지요?' 확인해 가면서 작업을 했다.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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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발행한 이 책에는 평리동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9명 할머니들의 따뜻하면서도 절절한 인생드라마가 펼쳐진다. 진정림 시민기자

박주희(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씨는 "어머님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우리가 잘 살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에게 더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작업을 하는 동안 제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성민(이주민연대 대표)씨는 "이번 경험을 통해 할머니들이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기회가 되었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했다.

위드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정민철 이사장은 "할머니들의 용기와 서술자들의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을 알기에 제게는 가장 빛나는 책"이라며 "병원 밖 마을에서 치료를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처 입은 연약한 인간으로서 서로에게 치유자가 되는 건강마을을 이루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편, 위드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주최로 추진된 평리동 할머니들의 따뜻한 인생 이야기 '내 살아온 거 말로 다 몬한다' 는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의 '좋은변화실험실'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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