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인터뷰]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 "조리원 1인당 식수인원 75명까지 낮춰야"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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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5 14:14  |  수정 2022-11-16 07:31  |  발행일 2022-11-15
"조리시 유해물질 그대로 흡입
학교 급식 후드시설 개선 시급
학생-노동자 상생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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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장.  <정경희 지부장 제공>

교육 전문집단의 연구 결과, 학교 비정규직 교육적 기여도는 84%로 나타났다.

정경희(53·대구시 달서구 대진초등 근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을 통해 학교 급식 현장을 들여다봤다.

세 아이 엄마이기도 한 그는 출산 후 아이들도 손수 키우며 일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주변의 추천으로 학교 급식 조리원을 택했다.

학교 급식실은 건설현장 못지 않다. 아이들 등교 시간 1시간 전이 그들의 출근시간. 식재료가 학교에 도착하면 유해 물질이 급식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든 재료를 여러 차례 소독한다.

600~700인분의 한 끼 준비는 이제부터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라도 있지만, 급식 조리원들은 아이들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숨 돌릴 틈 없다. 학교당 배치된 조리원 수가 학생들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일을 잠시 맡길 여력이 없다. 조리원 1명당 배식받는 수를 이르러 식수 인원이라 한다. 다른 공공기관의 식수 인원은 60~70명인데 학교는 많은 경우 180명에 이른다.

조리원들은 하루 몇 백개의 식판과 식재료를 옮기고 조리하느라 손목 터널증후군은 물론 각종 어깨 질환에 노출된다. 튀김 조리 중 화상 사고도 빈번하다. 정 지부장 팔뚝에도 화상 자국이 나 있다. 그는 "이 직업의 매력은 내가 손수 해먹인 음식들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라면서 자랑하고 싶은 훈장이라고 전한다.

정 지부장은 후드 시설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한다. 지난해 2월, 경기도 한 학교 조리원이 조리 과정에서 발생 되는 조리 흉(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폐암에 이르렸다. "많은 학교 급식실 후드 시설은 옛날 공장 기준 설비로,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 물질이 잘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조리원들의 호흡기로 들어간다"고 정 지부장은 주장했다.

교육청, 노동조합,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대구지역 300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반지하에 급식실이 있거나 환기 시설이 있더라도 대부분 천장 구석에 쪽문으로 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유관기관에서는 전국 학교 급식 종사원 대상으로 폐 CT 검사 중이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대구지부에서는 대구 교육청과 합의해 근무 5년 차까지도 포함, 그 대상자는 2천4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9월초, 종사원 절반 가량이 검사 완료, 이 중 이상소견을 받은 조리원은 34.8%다.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작년 9월 열린 전국시도학교급식노동자 토론회에 따르면 조리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정 식수인원은 86명이다. 정 지부장은 "성장기인 학생을 고려하면 1인당 75명까지 낮춰야 한다"며 "식수인원을 줄이는 것이 학생과 노동자의 상생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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