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경색, 경기 하강 등 영향에 한은 '베이비 스텝' 가능성 커져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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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0 15:29  |  수정 2022-11-20 15:28  |  발행일 2022-11-21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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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선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아닌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1%포인트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탓에 사상 첫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원·달러 환율 안정과 채권 등 자금시장 경색 위험 등의 영향으로 두 차례 연속 빅 스텝은 부담스럽다는 관측 때문이다.

24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4월과 5·7·8·10월에 이어 사상 첫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이 된다. 시장에서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된 이유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확연히 줄지는 않아서다.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은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에 떨어지다 다시 소폭 커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례적인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최대 1.00%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우려가 커진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앞서 10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빅 스텝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최근 자본 시장 움직임을 근거로 베이비 스텝(한번에 0.25%포인트 인상)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천300원대 초중반까지 떨어지고, 채권시장 등 자금·신용 경색 위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갈수록 뚜렷해지는 경기 하강 추세 등이 그 배경이다.

지난달 12일 빅 스텝 결정 당시 일부 금통위원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들어 '베이비 스텝'에 표를 던진 바 있다.

같은 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두 번째 빅스텝 결정 뒤 "금통위원들이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달 한은이 베이비 스텝에 머물면 한국(3.25%)과 미국(3.75∼4.00%)간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좁혀진다.

하지만 12월 연준이 최소 빅 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된다. 연준이 시장 전망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까지 끌어올릴 경우, 한은도 비슷한 시점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금리 정점까지 한은 역시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금리 차이는 대내외적 요인에 따라 상당 기간 격차가 벌어진 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는 24일 한은은 기준금리 조정 여부와 함께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1.7∼2.0%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2.1%(8월 전망치)보다 0.1∼0.4%포인트 낮을 뿐 아니라, 2020년 역(-)성장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만 경기가 가라앉으면 물가 압력도 줄어드는 만큼,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도 기존 3.7%보다 0.1∼0.2%포인트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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