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이태원 참사와 디지털 기술

  •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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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3  |  수정 2022-11-23 06:40  |  발행일 2022-11-23 제27면

[영남시론] 이태원 참사와 디지털 기술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의 사망자는 오늘 기준 158명에 이를 정도로 참혹했다.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이태원 일대에서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알린 112 신고는 총 11건에 이르렀음에도, 밤 10시15분 참사 첫 신고가 접수될 때까지 대한민국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원인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사고를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첨단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내용은 디지털 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로 실시간 유동 인구를 파악해 과밀집 등 위험 상황을 조기에 알릴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수집, 분석을 위해 다음 몇 가지 기술이 사용된다.

먼저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 CCTV를 이용하는 것이다. CCTV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다. 육안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카메라 영상을 보고 군중 밀집도를 분석해 평상시 대비 과밀도로 판단되는 경우 위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동전화 기지국의 접속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미 서울시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KT의 기지국 접속 데이터를 이용해 실시간 인구 밀집도를 5분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기지국 접속 데이터는 반경에 제한이 있어서 이번 사고처럼 좁은 골목에 몇 명이 모여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CCTV 데이터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 외에 드론을 통한 공중 촬영을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재난 시 각 기관 간 원활한 통신도 중요하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시 기관 간 통신 미흡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경찰, 소방, 해경 등 재난 관련 기관들이 재난 대응업무에 전용으로 사용하는 전국 단일의 무선 통신망인 재난안전 통신망을 구축,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 통신망이 매뉴얼에 맞게 활용되지 않아서 피해를 키웠다. 현장 중심의 교육과 사용기관 합동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보통신기술 기반으로 군중 밀집 인파사고 예방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 기반 위치신호데이터(유동인구), 교통기관의 대중교통 데이터 등을 활용한 현장인파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문제는 위치정보 등 민감한 개인 데이터 수집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이다. 물론 현재 수집되는 데이터는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인공지능 기반 CCTV와 기지국 접속데이터가 결합하거나 드론의 경우는 개인 식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의 수집, 사용에 있어 엄격한 법적 제한을 설정한 후에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역학조사를 위해 감염병예방법에 위치정보 수집을 허용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사는 예고 없이 찾아오며 대부분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례이다. 결국 사전에 대응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훈련과 매뉴얼의 갱신을 거듭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강국인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이동통신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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