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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힐 글램핑촌 야간 전경.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4인용 카라반 옆에 글램핑 존을 테라스처럼 붙여놓았다. |
이곳이 생기기 전 근처에는 핫플 베이커리카페 3인방(오 봉드 부아·대새목장·온 더 레일)이 포진해 있었다. 라운드힐도 빵과 커피가 필수품목이라 여겨 추가로 골프하우스처럼 생긴 베이커리카페 '주리 485'를 짓고, 연못과 각종 분재형 소나무 100여 그루, 단풍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고목형 능소화가 휴식존을 형성해주는 피크닉존까지 증설했다. 징검돌처럼 드문드문 놓인 100여 개의 간이 테이블은 이 공간의 쉼표다. 쌀쌀한 바람결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겨울 햇살을 어루만진다. 몇몇 손님은 직원을 통해 일찌감치 라운드힐 연말 파티 예약을 해둔다. 그들은 평범한 듯 비범한 구석이 있는 이곳의 풍광에 엄지 척 해준다.
라운드힐 905 글램핑촌
한폭의 산수화 같은 산세·암괴류존
4인용 카라반 13대·글램핑 텐트존 매칭
TV·침대·샤워시설까지 다 갖춰 편리
블루투스 스피커 음악 가미 모닥불존
아웃도어 허브캠프 민들레울
바비큐 굽기·썰기·훈연칩 체계적 공부
6~12시간 고기 굽기 Low&Slow 원칙
원하는 가격대로 맞춰진 헬퍼 서비스
몸만 오면 짧은시간 내 모든 것 만끽
◆멍의 인문학
사람들은 이제 너무 럭셔리 한 것에는 덜 감동한다. 워낙 삐까뻔쩍 한 걸 많이 봐 온 탓이다. 최고의 시설보다 최상의 '풍광'을 원한다. 그 풍광을 품고 힘든 자기를 위로해주고 싶어 한다. 그게 바로 '멍 문화'의 핵심이다.
맞은편 산자락의 형세가 만만찮다.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최정산 자락에서 갈라져 나온 연봉이 꼭 경복궁 근정전 임금 자리 뒤를 지키던 병풍인 '일월오봉도'의 자태로 시선을 아늑하게 받아낸다. 주변을 둘러봐도 풍광을 훼손하는 고압전선이 보이지 않는다. 글램핑장은 1㎞ 계곡과 맞물려 있다. 앞 산자락에는 돌덩이가 물처럼 흐르는 '암괴류존'이 또 다른 볼거리.
3년여 전 회사생활을 할 때 이 언저리에 왔다가 이 부지를 찜한 사내가 있다. 꿈에도 그리던 글램핑촌을 오픈한 정병창 대표. 돌처럼 다부진 그 사내는 시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뒤 시작한 비즈니스호텔 사업도 잘 굴리고 있다. 그 여력을 이 글램핑촌 개발에 쏟아부었던 것 같다.
◆글램핑 카라반
4인용 카라반이 13대 설치돼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여기는 카라반 옆에 8평(26.4㎡) 크기의 글램핑 텐트존이 매칭돼 있다. 그 공간은 TV, 침대, 샤워시설 등 웬만한 편의시설은 다 갖춰놓았다. 텐트로 구현된 호텔 같다.
음식물을 사 들고 와도 된다. 그게 번거롭다 싶으면 글램핑 텐트존 입구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 갖고 오면 된다. 참나무 장작도 한 묶음을 1만원 정도에 판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미리 숯불을 피워놓는다. 불 피운다고 생고생할 필요가 없다.
불멍을 즐기도록 괜찮은 모닥불존도 만들었다. 음악이 빠지면 큰일. 블루투스 스피커가 대기 중이다. 예약하고 몸만 가면 바로 '먹팅'이 가능하도록 했다. 내년 벚꽃 필 때를 겨냥 중이다. 현재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과 신년 특수를 준비 중이다. 겨울이라고 캠핑촌이 멈추는 건 아니다. 되레 삭막한 풍경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한 인프라도 꼼꼼하게 챙겨준다. 향후 아이들을 위한 모래놀이장, 맨발걷기길, 풀장 등도 차례로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예술문화가 있는 글램핑촌으로 만들기 위해 여건만 허락된다면 바로 옆에 국제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친구인 향토 화가 박종규를 위한 미술관도 만들고 싶단다.
커피도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 값은 한다. 단양의 유명 베이커리카페 '산'에서 일한 김정민 상무를 스카우트 했다. 황명준 바리스타는 콩가, 블루마운틴, 게이샤, 예멘모카 등 4종의 원두커피를 낸다.
그는 무너져가는 가족을 살리는 캠핑문화를 일구고 싶단다.
"돈을 떠나 도심에서 강원도 오지 같은 풍광을 절감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전문 글램핑장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카라반 평일 15만원. 금·토 20만·30만원(4인기준) 예약 010-7928-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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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경남 거창 민들레울을 통해 허브농원 카페의 신지평을 열었던 김양식 대표가 최근 아웃도어리빙전도사로 한국형 바비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서구식 바비큐문화를 국내 사정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중이다. |
◆차세대 아웃도어 허브 캠프 민들레울
2000년 3월,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성계곡 모암정 바로 옆에 2세대 허브체험농장을 모티프로 한 전원카페촌 '민들레울'이 오픈한다. 당시 허브와 레포츠문화의 미래를 걱정하던 김양식씨가 '허브맨'을 자임하며 총대를 멘다. 이에 앞서 강원도 봉평의 '허브나라', 경기도 포천의 '허브아일랜드', 충북 청주의 '상수허브랜드' 등이 1세대 허브농원으로 활약한다. 그는 허브를 딛고 특화된 캠핑·바비큐문화를 장착한다. 커피와 차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오감에 감동까지 포함한 '6감 만족 네오 캠핑문화운동가'를 자청한다. 무려 300여 종의 각종 허브를 건드린다. 그걸 토대로 허브차, 허브꽃밥, 허브화장품, 허브향초 등을 판매한다. 반향이 좋아 용인 '에버랜드'와 달성군 가창면 '허브힐즈'의 허브존 컨설턴트가 된다.
점차 소문이 난 민들레울 옆자리를 수시로 찾아드는 캠핑족과 동선이 겹쳤다. 안 되겠다 싶어 정식으로 입장료를 받는 캠핑장도 차려본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이 공간마저도 포화상태. 설상가상 캠핑장이 러브텔로 왜곡되고 한정된 인력으로 제대로 관리하기도 버거웠다. 5년 전부터 한나절 놀다 갈 수 있는 '피크닉카페'로 바꾼다. 하지만 고기 굽는 냄새가 일반 카페족과 갈등을 일으킨다. 별도의 바비큐존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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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울 바비큐 파티 전경. |
◆바비큐그릴 특화
그는 정통 바비큐그릴을 특화시킨다. 이때 '카버'(고기 썰기 전문가)를 자청한다. 대륙별 바비큐 문화의 차이, 바비큐 관련 용품의 연대기, 제대로 고기 굽는 법, 바비큐용 히코리(훈연칩), 그것과 잘 어울리는 와인, 적당한 육해공 식재료 리스트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한다. 국내 바비큐용품 현황도 체크한다. 그릴링(하부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방식)과 브로일링(상부에서 아래로 화력 지원하는 방식), 두 기능을 겸하고 있는 웨버 케틀(Weber kettle) 사용법도 익혔다. 지인, 생면부지의 공무원, 마을 이장, 과수원 주인, 직원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까지 수시로 열어주었다. 저변을 넓히고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는 절차였다.
기분이 나면 슬라이스 한 레몬에 보드카를 끼얹어 파티주까지 제조한다. 돼지 목심과 전지를 1㎏씩 절단해 6시간 차근차근 굽는다. 소고기는 12시간, 닭고기도 6시간 이상 익혀야 된다.
그는 한국인이 너무 직화에 빨리 구워 먹는 맛에 길들여 있다고 지적한다. '느긋한 고기시대'로 건너가자는 게 그의 지론. 'Low & Slow' 원칙이다.
민들레울은 한때 사양길로 몰린다. 2010년 이후 인터넷을 통해 허브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탓이다. 허브농원이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2017년부터 돌파구를 찾았다. 현장에 와야 맛볼 수 있는 계절 허브 판매망을 구축한다. 6월에는 엘드플라워, 7월에는 라벤더를 띄우는 식이다. 별과 달, 계곡물과 싱그러운 바람을 앞세워 고감도 감성충전소로 키운다.
내친김에 김천시 대덕면 문의리. 폐교된 문의초등(1949년 개교, 1995년 폐교) 자리에 신개념 바비큐 전문 밀리터리 오토캠핑장 'CAMP 1950'을 2017년 6월 오픈한다.
◆아웃도어리빙 전도사
그런 그가 올해부터 '아웃도어리빙 비즈니스맨'으로 또 변신 중이다. 아웃도어는 야외에서 즐기는 스포츠 또는 그에 필요한 옷, 장비, 도구 등을 지칭한다.
"고생하는 캠핑도 있고 편리하고 재밌어야 하는 캠핑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캠핑문화가 고도화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둘 중 자기한테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편하고 싶어 나온 나들이인데 불 붙이는 데 진을 다 빼버리면 어떡하죠. 저는 새로운 바비큐파티를 전파하고 싶어요. 원하는 분들에게는 달려가서 원하는 가격대의 서비스를 깔끔하게 지원 사격해 줄 겁니다. 그 중간에 필요한 분들을 위해 '바비큐문화학교' 같은 공간을 통해 교육도 하고 관련 물품도 저렴하게 공유하고 싶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캠핑이라 해서 야외로 나왔지만 근사하게 바비큐를 즐길 인프라는 현재 글램핑 수준으로는 상당히 미흡하다. 어떤 경우에는 불 붙이는 데 진을 다 빼버린다. 풍광을 느긋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음식물을 빨리 해먹을 수 있어야 된다. 생고생, 그게 캠핑이다 싶으면 오지를 찾는 백패커처럼 모든 걸 자신이 다 핸들링할 각오를 하면 된다. 그런 사람은 채 1%도 안 된다. 나머지는 수월하게 음식을 먹고 일행과 풍광을 배경 삼아 재밌는 파티의 밤을 즐기는 게 주목적이다. 김 대표도 바로 그런 헬퍼가 되고 싶단다.
몸만 오면 자신이 알아서 바비큐 음식의 모든 것을 짧은 시간 내 만끽하도록 풀 서비스를 해주려 한다. 1인분 5만~15만원을 내면 지름 1~1.2m 수제 원형 철판에 모둠 야채·생선어패류·고기 등을 와인과 곁들여 먹으며 블루투스 기반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스피커를 통해 개인별 18번을 들으면서 4시간 느긋하게 파티를 즐기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성비 좋은 신개념 '옥수수그릴'도 판매 중이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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