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개편안에 경영계와 노동계 의견 엇갈려...근로자들도 '설왕설래'

  • 이남영,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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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4  |  수정 2022-12-14 08:29  |  발행일 2022-12-14 제22면

정부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 권고안을 토대로 노동시장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지역에서도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이번 개혁안은 현행 '주 52시간제(근로시간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해 노사 선택권을 넓히는 게 골자다. 집중근로가 필요한 시기에 연장근로를 늘리고, 수요가 적은 시기엔 근로시간을 단축해 노동의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지역 노동계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위원회가 제안한 근로시간 제도에 따라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정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부설 노동상담소장은 "주52시간제 내에서 기본 근로시간은 40시간이지만 추가 근로시간은 12시간에 달한다. 한국 노동시간이 세계적으로 많은 편에 속하는데도 이를 늘리려는 것은 사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도 한참 역행한다"며 "노동시간의 유연함을 이야기하려면 '주4일제' 등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근로시간이 같더라도 특정 시간에 과로를 유도하는 정책이라 노동자 삶의 균형이 무너지고 산업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지역 경제계는 긍정적이다.
대구경영자총협회 측은 "그간 고용제도가 경직돼 있어 급속히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개혁안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기존 52시간제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으로 압박이 심한 소규모 사업자는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불법파업이나 노란봉투법 제정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측은 "지역 기업들은 대부분 극심한 인력난에 겪고 있다.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기업 대다수는 이번 개편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상공회의소가 12일 발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 관련 지역기업 의견 조사' 결과를 보면,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 개편에 대해 응답 기업의 86.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13.1%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긍정적이라 답한 '제조업' 기업 비율은 90.9%로 '비제조업(77.1%)'에 비해 더 높았다. 연장근로시간 단위는 '월 단위(55.4)'를 가장 선호했고, 이어 '분기 단위·연간 단위(각 18.8%)', '반기 단위(7.0%)'순이다.


지역 근로자들도 주52시간제 개편안과 관련해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일부는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직장인 송모(28·대구 달서구)씨는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 한 직원은 더 많이 일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나는 개인 시간이 더 소중해서 주52시간제 개편이 여러모로 불만이다"며 "회사 입장에선 직원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어서 좋겠지만, 한 공장에서도 주52시간제 개편에 대해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노사 간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더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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