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급발진 잇따르지만 사고 증명 어려워...대구 14중 추돌사고도 급발진 가능성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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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8 17:00  |  수정 2022-12-18 17:09  |  발행일 2022-12-19
전기차 급발진  잇따르지만 사고 증명 어려워...대구 14중 추돌사고도 급발진 가능성
지난 9일 오전 8시21분쯤 대구 중구 서성네거리에서 14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급발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 도심에서 발생한 14중 추돌사고의 원인으로 일각에서 전기차 급발진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의 전기차 급발진 추정 사고가 세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대구 중구 서성네거리에서 차량 14대가 부딪히는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15명의 경상자가 발생했다. 이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관련 영상이 게시됐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정차해 있던 모닝 차량이 갑작스런 추돌에 대응하고자 브레이크 밟았지만 뒤 차량의 미는 힘을 버티지 못해 다른 차량과 추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서성네거리에 정차한 차량 여러 대를 추돌한 후에야 멈추는 장면이 공개돼 시민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사고 영상을 접한 시민 중 일부는 전기차 급발진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 허모(48)씨는 "영상을 봤는데 고속도로도 아니고 일반 도로에서 한 차량이 앞 차량을 계속해 밀면서 10댈ㄹ 추돌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단순히 초보적인 문제가 아닌 당시 급발진이 발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 기관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앞서 대구경북에서는 전기차 급발진 의혹이 제기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에서 무열로로 향하던 한 전기차 택시가 도심 한가운데서 1.5㎞ 가량을 질주하는 급발진 의혹 사고가 발생했는가 하면, 경북 경산에서도 지난 6월 한 마트 주차장에 있던 트럭 전기차가 앞에 있는 승합차로 돌진한 뒤 멈추는 급발진 의혹 사례가 있었다.

전기차 보급이 증가하면서 매년 급발진 추정 사고는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동차리콜센터 급발진 신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급발진 추정 사고는 총 20건으로, 특히 전기차 보급 증가로 2020년 3건, 2021년 8건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를 포함한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례가 인정받은 건수는 '0'건이다. 관계 당국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해서다. 게다가 현행 제도 내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 행정적 제도가 미비해 소비자 구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등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CCTV,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확인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급발진 사례를 밝히고 피해 대책을 마련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전자가 급발진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 제조사가 급발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수십 년 이용한 휘발유, 경유 등 내연기관 자동차마저도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 역시 일상 속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급발진 발생 원인과 이를 피해가기 위한 방법 등 합의된 제도가 아직 미비하다"며 "초기적인 단계인 만큼, 전기차 급발진 오류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기술적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와 자동차 제조업체가 관련 문제에 의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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