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전문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전 칼국수…쑥갓, 들깻가루, 오징어 조합…깔끔·얼큰·매콤한 맛으로 반세기 역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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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07:59  |  수정 2023-01-13 08:19  |  발행일 2023-01-13 제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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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선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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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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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오징어국수

대전은 이렇다 할만한 먹거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고작 1954년부터 장사를 하기 시작한 대전역 근처 성심당 빵집이 제 목소리를 내는 정도다. 81년부터 '튀김소보로'로 천하평정을 했다. 성심당문화원까지 생겼으니 이제 빵이 아니라 '문화'로 자릴 잡았다. 그다음으로 강력한 먹거리는 단연 국수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대전의 국수파워를 실감하지 못했다. 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만 대선, 경동, 신도, 공주 등 얼추 500곳, 대를 이어가는 집도 20곳이 넘는다. 201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칼국수 축제'를 개최한다.

대전 '칼국수 축제 평가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칼국수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부터라 한다. 대전 칼국수는 1900년대 대전의 근대화가 맞물려 탄생하게 된다. 과거 대전은 근대 철도 물류의 거점이었다. 대전역 주변으로 제분공장들이 속속 생겨난다. 더욱이 당시 서해안 간척사업 노동자의 노임으로 밀가루가 지급되며 환전을 목적으로 밀가루가 모여들어 대전이 칼국수 집산지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한국 국수지형도가 대구~부산~대전권으로 균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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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칼국수 입구 모습.

◆가장 오래된 대선칼국수

최근에 유명 유튜버인 쯔양이 다녀갔는데 조회 수가 200만건이 나왔고 이후 젊은 손님들이 제법 많아진 대선칼국수. 대전 출신 배우 송중기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칼국수로만 보면 종가격인 식당이다. 1954년 대전역 앞에서 시작했다. 외손자 목인성(52) 대표의 외조부 고(故)오영환 대표가 대전역 앞에서 포장마차 형태의 건물에 나무 의자와 탁자를 놓고 시작했다. 60년대 옛 아카데미 극장 앞으로 옮겨 운영했고 1990년 어머니인 오세정(75) 전 대표가 당시 대전 칼국수 본거지였던 대흥동에서 문을 열었다. 현재의 대전시청점은 2001년 원도심에서 관공서들이 이전함에 따라 함께 옮겨왔다. 어머니가 2대 운영자로 나선다. 딸 오세정 전 대표에 이어 목 대표가 3대 사장으로 자릴 잡는다.

특히 어슷하게 썬 돼지 수육에 절묘하게 어울리는 최단 시간 내 숙성시킨 묵은지가 절정의 하모니를 이룬다. 수육 한 점을 묵은지에 싸 먹었다. 무릎을 쳤다. 어떤 이는 국수보다 이 수육과 김치 맛 때문에 여기를 찾는다고도 한다. 여기에는 대구와 달리 된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초고추장이 있다. 수육용이다.


1954년 부터 70년 세월 대선칼국수
송중기 단골집·쯔양 먹방 유명세
오징어 두부두루치기 별미도 인기

사골·멸치육수 소문난 신도칼국수
푸짐하게 내어주는 경동오징어국수

육개장에 칼국수·만두 담은 '육칼두'
집밥같은 정성 담은 유성할매국수



국수는 칼국수 스타일은 아니다. 대구의 금와식당처럼 공장표 국수인데 쫄면 굵기다. 멸치 육수가 숭늉처럼 나온다. 냉면집 온육수 같다. 수육부터 먹을 때 탕국물처럼 먹으면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전에서는 칼국수 고명으로 쑥갓을 많이 사용한다. 또 한 가지 별미가 있다. 오징어를 이용한 별미가 꽤 성행한다. 대표적인 게 오징어가 들어간 두부두루치기. 이 집에도 그게 인기다. 비빔국수는 함께 나오는 칼국수 국물을 넣어 가며 양념장과 함께 살살 비비면 된다. 비빔국수 양념은 붉은 편이지만 맵지 않고, 고소한 참기름 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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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칼국수 벽면에는 역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시대별 그릇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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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전문기자

◆기타 대전 국수 명가

정동 '신도칼국수'도 한목소리를 낸다. 1961년에 개업한 소문난 칼국수 맛집. 진한 사골육수 베이스의 칼국수가 카리스마 가득하다. 꼭 참깨를 뿌려놓은 콩국수 같다. 사골육수와 멸치육수의 조합으로 탄생한 국물이 인상적이다. 별다른 고명 없이 고소한 들깻가루만 뿌려져 있다. 면을 맛보기 전 국물을 먼저 떠먹어 봐야 한다. 과음한 다음 날 해장용으로도 딱이다. 벽에 연대별 국수 그릇을 전시해놓았다.

동구 성남동에 위치한 '경동오징어국수'는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명소다. 포스가 정말 강렬하다. 오징어짬뽕 같기도 하고 대구의 중앙반점의 오징어를 섞어놓은 야키우동으로도 보인다. 1979년 창업한 김종숙 사장의 뒤를 이은 아들 변용훈 부부가 운영한다. 이 국수는 커다란 시골양푼에 멸치육수에 삶은 면을 두부오징어두루치기와 섞어 손님상에 낸다. 양도 푸짐하고 큼직하게 썬 대파와 간이 적당히 밴 면발이 두부두루치기와 어우러져 시원하면서 매콤하지만 깔끔한 맛을 준다.

대전역 부근 '소나무집'은 반세기 역사의 오징어국수 명가다. 재료는 총각김치묵은지, 오징어, 국수사리 세 가지. 매년 가을 총각김치를 담아 1년 정도 묵힌다. 총각김치묵은지를 꺼내 무를 얇게 썬다. 오징어와 국수사리는 그때그때 준비한다. 당시 오징어국수가 먹고 싶다는 한 단골손님의 요구에 김장김치를 꺼내 오징어와 함께 끓여줬더니 호평이 쏟아졌단다. 반찬도 총각무 하나가 달랑. 더 이상의 반찬은 필요하지 않다.

대전 유성구 '유성할매국수'는 음식에 집밥의 정성이 스며있는 곳이다. 겨울에는 육개장, 칼국수, 만두가 어우러진 '육칼두'가 인기다. 칼칼한 육개장에 수제 칼국수와 만두를 푸짐하게 담아준다. 육칼두의 기본은 맛있는 육개장이다. 사골과 잡뼈를 진하게 우려내다가 양지와 사태를 넣고 함께 끓인다. 대파와 고사리도 푸짐하게 넣는다. 손수 만든 향신 기름은 국물을 칼칼하고도 깔끔하며 매콤하고 잡내가 없도록 만든다.

유성구 봉명동 도안6단지 센트럴시티 610동 앞에 있는 '진월당'은 죽 전문점으로 여름별미 콩국수로 명성을 얻는 집이다. 2008년 한국인 첫 우주인이 된 이소연 박사가 우주에서 돌아오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엄마 표 콩국수'를 꼽아서 화제가 됐다.

서구 탄방동 '대복국수'는 제주식 고기국수 같은 '쫄데기 비빔국수'가 유명하다. '쫄데기'는 돼지 앞다리 사태 부위로 충청도 방언. 속까지 간이 쏙 배어든 쫄데기 수육이 완성되면 잘 삶아진 소면에 올려 대복국수만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양념장을 넣고 비비면 된다. 이 양념장의 비법 재료는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동치미에 있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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