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평범한 우리 이웃의 설 명절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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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4 13:12  |  수정 2023-01-25 08:01  |  발행일 2023-01-25 제12면
"세태 변해도 우리 고유 민속 명절 후손에게 잘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
김점순

전국 각지에 떨어져 있던 가족이 한데 모이며 설레고도 반가운 마음을 안기는 설날. 곳곳에서 화목한 웃음소리가 들려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기껏해야 삼사일 주어지는 휴일이라 짧은 만큼 더 소중한 만남이다. 누군가에겐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날이기도 하다. 수많은 추억이 쌓여 있는 명절을 기억하는 순간 마음이 울컥하는 사람도 있다.

일가친지들의 얼굴을 마주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풍성한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하며 덕담을 주고받던 설 명절. 세대의 변화로 고유한 민속 명절로서의 가치와 풍습을 이어나가려는 기운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설날 풍경은 어떠하였는지 들어봤다.

경북 김천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명식(67)씨는 "우리 생에 등록도 되어 있지 않던 코로나와 국제적 불황으로 인해 우리네 관습적 삶도 많이 변했다. 설 차례를 생략하고 가족이 덕유산 여행으로 휴식하는 지인이 있는가 하면 우리도 산소에 모여 간단한 행사로 대신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올해는 코로나가 물러가고 경제가 회복되어 모든 사람이 많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대구 달서구에서 영수학원을 운영하는 조영옥(60)씨는 "시대의 흐름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심지어 1인 가족이 증가하는 요즘, 모두가 설날을 간소하게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조씨는 "사람의 관계는 마음이다. 사실 제사라는 것은 물론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형제끼리 우의를 나누며 돌아가신 조상을 추억하는 일이다. 종방간에 50여 명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술상을 준비하며 북적이던 주방의 모습은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세배받을 어른보다 세배하는 아이들이 감소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근심·걱정 없는 한해, 만사형통의 새해를 다짐하며 복된 날들로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컴퓨터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숙녀(57·대구 동구)씨는 "자식이란 올 때는 반갑고 가고 나면 섭섭하다. 언제나 가슴 안에 그리움을 묻고 사는 것이 부모 자식 관계인 듯하다. 서울의 시댁과 대구 친정을 오가며 연로하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뵙고 나니 마음이 찡하다"라며 "최근 정정하던 사돈 어르신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셔서일까? 86세의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께 내년 설날에도 세배드리며 지금의 가족이 함께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항상 건강 챙기시길 염원했다"며 돈독한 가족애를 드러냈다.

설날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은데 느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부족하지만 부족하지 않았고 어려웠지만 어렵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지금 생각해보면 기다림의 소중함이 함께였었다. 요즘은 사람 냄새 나는 옛날이 그리울 정도로 조금은 개인주의적이다. 옛날에는 여럿이 어울리는 전통 민속놀이가 놀이의 중심이었으나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지금은 그 자리를 개인 놀이가 차지했다. 간소화, 간편화, 개인주의가 되더라도 우리 고유의 민속 명절은 우리 후손에게 잘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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