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혈관 건강이 뇌 건강

  •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 |
  • 입력 2023-02-06 07:26  |  수정 2023-02-06 08:36  |  발행일 2023-02-06 제13면

2023020501000131000005401

겨울이면 유난히 뇌졸중이 많이 발병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져, 뇌혈관이 약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소에 혈압 조절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뇌졸중 위험도는 더 높아집니다. 뇌졸중 중에서도 고혈압으로 인한 발병이 흔한데요, 최근 의사들은 우리나라가 생활습관 변화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고혈압인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지난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활동이 감소해 발생한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 고혈압인 사람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합니다, 사실 고혈압은 고혈압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이지만, 고혈압 초기부터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심부전, 만성신장질환 등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중병들이 합병증으로 찾아올 수 있어 더 위험합니다.

그런데 뇌는 다른 장기에 비해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혈압 조절은 뇌 건강에 필요한 산소 공급에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해, 2023년 미국심장학회가 주관하는 국제 뇌졸중 콘퍼런스에서 미국 국립 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 소속 연구진들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고혈압에 대해 더 집중적인 치료를 받으면 뇌가 독소와 다른 부산물을 제거하는데 용이한 구조로 변화함을 발견한 것입니다. 만약 뇌가 독소와 대사 부산물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다면, 그것들은 축적될 것이고 결국 치매와 같이 뇌 건강을 위협하는 뇌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연구진은 고혈압이지만 기타 합병증은 없는 65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고혈압에 대해 표준적인 치료를 받은 그룹과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 간의 뇌 영상을 촬영·분석해 독소와 다른 부산물을 제거하는 능력과 관련된 뇌 구조 변화를 평가했습니다. 표준치료군에 비해, 집중치료군의 뇌는 독소와 다른 부산물을 제거하는 역할에 관련된 구조가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즉 집중적인 혈압 치료는 뇌 구조를 변화시켜 독소와 대사 부산물을 잘 처리하게 도와주어,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뇌 건강을 개선할 수도 있음을 제시한 것이죠. 이번 연구는 그간 알려진 혈압 조절과 뇌 건강 간의 연관성을 검증함은 물론, 집중적인 혈압 조절이 뇌의 독소와 부산물을 제거하는 경로의 손상을 줄여 뇌 건강에 기여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집중적인 혈압 조절이 우리의 사고력이나 인지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히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이어지는 연구에서 차츰 밝혀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현재 고혈압인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전반적인 뇌 건강에 대한 경고의 적신호를 우리 사회에 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당장 오늘부터 집, 학교와 직장에서 틈틈이 혈압을 측정하여 혈관 건강과 뇌 건강 둘 다 모두 잘 챙기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DGIST 뇌과학과 교수〉

기자 이미지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