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1)…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에 대한 '떨림'의 순간…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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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3  |  수정 2023-03-03 08:16  |  발행일 2023-03-03 제33면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아이가 깨어나는 감정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대구 공연

순수한 열정에서 오는 설렘…'행복한 미소'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1)…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에 대한 떨림의 순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지난 2월 대구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그의 팬들은 떨리는 시간을 보냈다. <달서아트센터 제공 - 작가 GIDUK KIM>

"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페터 한트케 '유년기의 노래' 중에서)

아이가 아이였을 때…,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이다. 우리 모두는 아이였다. 천사를 알아보는 것, 놀이에 열중하는 것,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끼는 것. 그게 가능한 아이의 시절이 어른들에게도 있었다. 다만 기억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어른이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1)…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에 대한 떨림의 순간…
가수 임영웅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아이가 깨어나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다.

'덕질'로 유명한 인물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그는 평생 크고 작은 많은 것들에 매력을 느끼고 사랑했다. 맥주와 위스키, 야구, 재즈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볼 정도로 빠져들어 굉장한 수집벽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주제로 여러 책을 썼다. 오랜 시간 수집해 온 클래식 레코드들을 소개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위스키의 본고장을 찾아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재즈에 대한 에세이인 '재즈의 초상'까지…. 책을 읽다 보면 하루키의 설렘이 독자에게까지 전해진다. 여행도 좋아한 하루키는 독특한 여행서도 여러 권을 펴냈다. 그의 '덕질'은 에세이뿐만 아니라 소설 곳곳에도 암호처럼 등장한다.

하루키의 취향에 대한 호불호는 독자에 따라 갈릴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한 '좋아하는 것'의 기준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이 내리는 평가보다 나 자신의 귀를 신뢰한다. 혹은 취향을 우선으로 한다. 좋다 나쁘다, 훌륭하다 아니다에 대한 나의 판단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고 부당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아마 없을 것이다."('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중에서)

지난달 대구의 한 공연장.

이날 공연을 한 이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먼 곳에서 대구까지 찾아온 관객도 있었다. 첫 건반, 첫 음. 마침내 연주가 시작됐다.

관객들은 마치 생애 첫 감각에 집중하는 아기처럼 숨을 죽인 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했다. 연주가 끝나자 남녀노소 관객들은 곳곳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3월 첫 주말을 함께할 주제는 바로 '떨림'이다. 순수한 열정에서 오는 바로 그 감정. 우리를 아이로 만들어준 설레고도 떨리는 순간을 포착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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