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장애인을 향한 편견의 붉은 시선

  • 이원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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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7 11:40  |  수정 2023-03-08 08:46  |  발행일 2023-03-08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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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시민기자

장애인의 사전적 의미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은 장애인들이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새로운 난관이다.

얼마전 겪은 일이다. 매일 걷는 퇴근길이지만 그날따라 유독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면서 왜소해 보이는 여자아이. 기자와 같은 길을 가던 아이는 한 손에 잡은 휴대전화를 이상하리 만큼 자주 확인했고, 그럴 때마다 아이의 걸음은 멈추었다. 결국 한참을 앞서서 걷고 있던 아이와 이내 가까워졌고, 충격적인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아이는 다리가 불편해 보였지만, 걸음을 멈추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찌푸린 인상을 한 채 곁눈질로 쳐다본다거나 위아래로 훑어보는 낯 뜨거운 시선. 이러한 시선은 아이를 의기소침하게 했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연기'를 했던 셈이다.

'도대체 아이의 연기는 언제부터일까.' 그날 밤 아이의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쉽게 잠 들지 못했다.

장애인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편견은 장애인들이 넘어야 할 새로운 장벽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과거보다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장애 이해 교육이 학교 정규교육과정의 일부가 되었으며, 교과서 삽화를 보더라도 휠체어를 탄 아이들이 제법 보인다.

이제 우리의 사고 체계가 바뀔 차례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기 전에 일반인과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이다. 일부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은 장애인들로 하여금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두렵게 만들고, 때론 버티기 힘든 상황을 낳는다.

아이를 만난 날은 영하의 기온에 차가운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다.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 속에서 무엇이 아이를 길바닥 위에 홀로 서 있게 했을까. 횡단보도에서 아이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어쩌면 붉은 신호등이 아닌 편견으로 붉게 물든 시선이 아니었을.


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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