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0> 공짜로 뿌려지는 밈코인 에어드롭(air drop)은 양날의 칼

  • 박한우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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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2 09:53  |  수정 2024-01-04 17:31  |  발행일 2023-04-21 제21면
에어드롭, 공급자가 위험 무릅쓰고라도 수요자 니즈(needs)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
covid19 때 각국 정부 지원금도 낙수효과 노려
최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의 암호화폐 시장으로 높은 관심
"디지털 역기능의 새로운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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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폭등하고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무료로 준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받고 보자 심리가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다. 오죽하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있겠는가.

현대 마케팅에서 하나를 돈 내고 사면 다른 하나를 공짜로 주는 이른바 '원플러스원'(1+1)이나 시식 코너와 화장품 샘플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OTT 동영상 서비스의 1개월 무료 시청도 공짜 심리에 기댄 마케팅이다.(https://youtu.be/HtIGEXcrz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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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뿌린다'라는 영어 표현은 에어드롭(air-drop)이라고 한다. 공중 혹은 공기라는 뜻의 에어(air)와 '떨어뜨린다' 의미의 드롭(drop)의 합성어이다.

전쟁이나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 지상 교통이 접근하기 힘들게 되자, 비행기나 헬기가 출동하여 사람이나 물건 등을 낙하산으로 공중에서 배포하는 행위가 바로 에어드롭이다.

따라서 에어드롭은 급박한 상황에서 공급자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수요자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외 정부가 코로나 전염병 시기에 국민 전체에 지급한 보조금도 에어드롭으로 볼 수 있다. 평상시라면 이러한 규모의 시혜(施惠)를 여러 번에 걸쳐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있었지만, 에어드롭의 사전적 의미처럼 곳간에 저장한 재원을 하늘에서 뿌린 것이다. 특히 미국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재난이 발생하자 정부가 헬기가 되어 세금을 구호품처럼 배포했다.

이른바 낙수(落水)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위에서 많은 강물을 보내주면 아래에 물이 부족한 지역이 물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숨겨져 있다.
그런데 에어드롭이라는 용어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의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에어드롭은 무료로 코인과 토큰을 배포하는 경우이다.

새로운 코인과 토큰을 홍보하고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람들에게 일부만 유통시켜 공짜로 소유하게 한 뒤에 제대로 투자하고 싶으면 자기 돈 내고 사서 매집을 유도하는 수법이다. 에어드롭은 전통적 주식시장에서 배당금을 주거나, 무상증자하여 기존 투자자에게 추가 혜택을 주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하지만, 가상 자산시장에서 에어드롭은 투자가가 해당 코인이나 토큰을 추가로 구매할 때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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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지분증명(Proof of Stake) 기반으로 속도가 빠르고 저렴한 비용 덕택에 송·수신 거래에 특화한 트론(TRX)이라는 코인이 있다. 트론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비트토렌트(BTT) 신규 코인을 에어드롭 방식으로 무료로 배포했다. 그런데, 이 비트토렌트 코인이 불과 1년 만에 수천 % 수익을 낳기도 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082ewOwoYHM)

이렇게 되자 에어드롭을 하는 트론과 에어드롭이 된 비트토렌트 모두를 신규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당시에 많이 나타났다.

특별한 이용가치가 없는 밈코인과 신생 프로젝트는 에어드롭 마케팅에 더욱 적극적이다. 이러다보니, 에어드롭을 미끼로 개인정보의 탈취와 해킹도 잊을만하면 발생한다.

그래서 좀비이누(ZINU)는 공식 텔레그램 방에서 자신을 에어드롭을 하지 않는 밈코인으로 소개하며 구매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에어드롭 코인이 공짜 이익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또한 큰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보니 거래소들도 서로 다른 대응을 한다.

국내 양대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를 비교하면, 전자는 트론의 에어드롭 코인으로 유명해진 아펜프트(APENFT)를 상장했지만 후자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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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에어드롭은 우리들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이폰으로 유명한 애플사는 애플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의 다른 애플 소비자들과 파일을 쉽게 공유하는 기능을 설치하였다.

에어드롭은 무선으로 사진과 동영상 등을 9m 이내에 있는 다른 애플 사용자에게 전송할 수 있는 공유 시스템의 이름이다. 그런데 지난 2022년 9월 초에 미국발 멕시코형 비행기 안에서 한 승객이 나체 사진을 애플의 에어드롭으로 다른 승객들에게 공유하였다.(https://www.news1.kr/articles/?4792492) 무심결에 음란한 내용의 파일을 주고받은 승객들 때문에 휴가객으로 가득 찬 비행기는 이륙을 못 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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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세상에는 정답도 없고 비밀도 없다. 마찬가지로 공짜 점심도 없다.

미국에서 골드 러시(Gold Rush) 이른바 황금 개척기에 한 식당이 공짜 점심을 준다는 광고를 했다. 공짜 점심을 기대한 노동자들이 식당으로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식사는 공짜였지만 점심 반주용 술을 반드시 주문하는 조건이 있었다. 식당은 점심을 무료로 제공했지만, 술 판매로 수익을 올렸다.

반면에 점심부터 술에 취한 노동자들은 오후 작업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게 되었다. 이러자 금광 회사는 공짜 점심 마케팅을 금지해달라고 주 정부에 청원을 제출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짜 좋아해서 이득 본 사람도 조직도 거의 없다. 미국에서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은 강(强) 달러 정책을 가져오면서 글로벌 경제의 큰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에어드롭이 촉발한 가격 상승과 추가로 받는 공짜 코인을 기대한 투자자들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버블이 터지면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애플의 근거리 파일 공유 사건으로 에어드롭은 경제학을 넘어 디지털 역기능의 새로운 요소가 되었다.

하늘에서 돈이 그냥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드롭과 공짜 점심은 범(호랑이)보다 더 무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 교수, nft-korea.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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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수상했다. 과학정보 노벨상 '데릭 솔라 프라이스상'에 후보로 여러 번 올랐다. 퍼블론스(Publons) 최우수심사자(세계 1%)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국제저널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리서치닷컴(Research.com)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최고 과학자(Top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Scientists)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인 h 지수(h-index)가 48, 논문 피인용 6천322회, 논문발표 168편으로, 세계순위는 1천418위였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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