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회연서원 매화나무는 '공인'이다

  • 진정림 시민기자
  • |
  • 입력 2023-03-21 11:12  |  수정 2023-03-22 08:05  |  발행일 2023-03-22 제24면
2023032001000642600026551
올해 봄 회연서원의 모습
2023032001000642600026552
올해 봄 회연서원의 모습
2023032001000642600026553
지난해 회연서원에 매화가 핀 모습

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성주 회연서원을 찾았다.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백매화를 상상하며 카메라도 챙겼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차안에서 줄곧 회연서원 쪽으로 눈을 고정시켜 살펴봤는데, 뽀얀 자태를 뽐내야 할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매화가 피는 철이면 회연서원의 검은색 기와와 대비되는 하얀색 매화의 분포 정도를 확인하고 개화율을 점치곤 했었다.

아직 매화가 피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얼마나 기다리면 될까라는 심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도착해 보니 왜 아직 겨울인 듯 황량하고 삭막한 지 알게 됐다. 가지치기를 심하게 한 매화나무의 키가 반으로 줄어 있었다. 멀리서 뽀얀 색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였다. 담장에 늘어져 있던 매화 가지도 없을뿐더러 기와지붕을 넘는 큰 매화도 없었다. 꽃이 덜 핀 것이 아니라 꽃이 달릴 나뭇가지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회연서원 '백매원'의 뜻은 중의적이다. 백매화가 핀다와 매화나무가 많다는 뜻을 갖고 있다. 뽀얀 백매화가 피어있지 않으니 회연서원 입구 쪽 문루(현도루)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회연서원 백매원 매화꽃 카페'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성주 가볼만한 곳' 이라고 검색하면 회연서원이 빠지지 않는다. 회연서원은 성주 12경에 포함되고 경북유형문화재 제51호다. 성주군에서 발행한 리플렛에도 '매화 향기 그윽하게 어우러지는 회연서원' 이라고 소개돼 있다. 회연서원과 6년 전 인연을 맺어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매화철이면 이곳을 방문했다. 작년에 방문 했을 때는 회연서원 내부로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으나 담장 밖으로 뻗어 나온 매화가지에 활짝 핀 매화꽃과 검은색 기와담장에 하얗게 떨어진 매화꽃잎을 카메라에 담았다.

회연서원 옆으로는 데크가 조성돼 있다. 낙동강 한자락인 대가천이 서원 옆으로 흐르고 있어 사시사철 산책을 즐기는 곳이기는 하나, 무엇보다 봄철 매화꽃 보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인들을 비롯해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부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 등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는 곳이다. 그런데 그날의 방문객들은 다들 황당해하거나 실망한 낯빛이었다. 작년 6월 경산 자인면에서 발생한, 전국 사진가들의 공분을 사는 사건이 연상됐다. '경산 자인면 능소화 밑둥 절단 사건'이었다.

회연서원의 매화나무 가지치기를 경산의 '능소화 테러범'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개화시기를 넘기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회연서원의 매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에 빗대면 회연서원 매화나무는 '공인'이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