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술, 테마가 되다(3) 부산을 담은 '금정산성막걸리'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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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08:09  |  수정 2023-03-24 08:28  |  발행일 2023-03-24 제34면
금정산 화전민 생계수단으로 빚은 술
걸쭉하면서 시큼·터프한 맛에 매력
누룩 반죽 찰지게 돼야 좋은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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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누룩을 확인하고 있다. 〈금정산성막걸리 제공〉

"호방하고도 털털한 맛이 부산과 많이 닮은 술이지요." 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만큼 지역색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술이 있을까. 어느 지역의 양조장에서 어떤 재료를 추가하느냐에 따라 막걸리의 맛은 조금씩 달라진다. 마치 부산 사투리와 대구 사투리가 다른 것처럼 막걸리 맛도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아예 전국 각지의 다양한 막걸리를 한데 모아놓고 파는 술집이 생겨나기도 했다.

전국의 막걸리 중에서도 상당히 개성이 강한 막걸리가 있다. 바로 '금정산성막걸리'다. 금정산성막걸리는 부산을 대표하는 토속주다. 그 유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조선시대 금정산 자락의 화전민이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돼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술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다양한 특징 중에 어느 하나를 담고 있다. 바로 '釜山(부산)'의 또 다른 정체성인 '산'이다. 부산에는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도 많다. 금정산의 기후와 풍부하고 좋은 물이 금정산성막걸리를 빚은 것이다. 그래서 부산 사람이 부산의 명소와 문화를 소개하며 쓴 '101가지 부산을 사랑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금정산성막걸리는 '산이 만든 맛'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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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성막걸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누룩. 〈금정산성막걸리 제공〉

금정산성막걸리가 사람들 입에 많이 회자하는 이유는 그 특유의 맛 때문이다. 금정산성막걸리는 걸쭉한 것이 시큼하고 터프한 맛이 난다. 음료수처럼 가볍고 달콤한 막걸리 맛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맛이다. 그런데 그 시큼털털한 맛이 금정산성막걸리를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다.

유 대표는 금정산성막걸리 맛의 비법은 '누룩'에 있다고 했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누룩이 차별화된 막걸리 맛을 만들어낸다고. 유 대표는 "우선 누룩 반죽이 찰지게 잘 돼야 좋은 술을 완성할 수 있는데, 그래서 누룩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방식대로 사람이 직접 누룩을 빚는다"며 "수제 방식으로 하면 누룩을 대량생산하기는 힘들지만, 질 좋은 막걸리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정산성막걸리와 잘 맞는 안주로는 '파전'을 추천했다. 술도, 안주도 부산을 담고 있다.

유 대표는 "기장에서 맛 좋은 쪽파가 많이 난 탓인지 예전부터 부산은 파전이 유명했다. 그 파전을 곁들여 금정산성막걸리를 먹으면 맛의 조화가 좋다"고 했다. 그는 금정산성막걸리를 비롯해 지역 대표 술들이 갖는 가치는 크다고 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부산비엔날레가 열릴 때 일본 사람들이 금정산성막걸리 누룩 빚는 모습을 보고 많이 신기해하고 돌아갔다. 또 얼마 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을 체험하고 갔다"며 "술은 한 지역의 역사와 환경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세월 따라, 사람들 입맛 따라 막걸리 맛도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전통이 가지는 힘은 크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금정산성막걸리가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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