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국회의원을 戰場에 보낸다고 한다면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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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3 06:58  |  수정 2023-04-03 07:04  |  발행일 2023-04-03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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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논설위원

'전쟁이 터지면 국회의원과 그 자식을 제일 먼저 입영시켜 최전선에 배치한다.' 북유럽 스웨덴의 국회의원 윤리강령 가운데 과거 한때 있었던 조항이다. 과하다 싶지만, 의원의 자질·책무는 범인(凡人)과는 달라야 함을 명시한 것이리라. 이 강령이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국회의원 나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스웨덴 국회의원은 보기만 해도 짠하다. 고되고 고된 '극한직업'이어서다. 이곳에선 개인 정책 보좌관을 둘 수 없다. 의원 스스로 정책을 파야 한다. 법안 발의를 위한 자료 수집과 현장 조사는 당연히 의원 몫이다. 사무실 전화도 직접 받는다. 문서 인쇄·복사, 팩스 업무까지…. 거의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한다. '국민 휴가철'을 제외한 연중 10개월간은 회기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임기 4년간 의원 한 명당 평균 100건이 넘는 법안을 발의한다. 해외 공무 출장 때도 이코노미석을 끊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비용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매일 우리 말로 '파김치'가 되는데도 변변한 특권 하나 없다. 출마를 단념하거나 중도에 그만두는 이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보자. 스웨덴과 정반대다. 국회의원이 되려고 안달이다. 되고 나면 제 발로 나오는 이가 없다. 금배지를 다는 순간, 종합선물세트 같은 특권·특혜가 주어져서다. 특권 중의 특권은 면책·불체포라는 '방패'다. 의원 한 명당 연간 세비가 억대다. 각종 부대 비용을 포함하면 의원실 한 곳에 투입되는 세금이 5억원은 족히 넘는다. 보좌 직원은 맥시멈 9명. 해외 국정감사 땐 비행기 비즈니스석에다 '황제급 의전'까지. 이 모든 걸 혈세로 대준다. 뭐 어쩌겠나. 국회법에 그렇게 돼 있다는데…. 여기가 스웨덴도 아니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데….

골백번을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숨길 수 없다. 실망을 넘어선 분노를. 작금 우리 국회의원의 작태(作態)를 보고 있자니 말이다. 그 많은 특권·특혜를 누리고도 민생을 외면하는 '몰염치'에 혀가 내둘러진다. 바빠 죽겠다고 하는데 매일 노는 것 같다. 독설·막말을 내뱉지 않으면 '무능한 의원' 취급을 받는다. 회기 중 해외여행을 다녀 와도 사과 한마디 없다. 상대 당과 철천지수(徹天之讐)처럼 물고 뜯다가도 세비 인상 등 공동이익을 위해선 한마음이 된다. 안중에 유권자는 없고 공천권자만 있다. 그러고선 선거 땐 유권자에게 감언(甘言)을 쏟아낸다. 최근 국회 안팎에서 일고 있는 '특권·특혜 포기론'도 늘 그랬듯 용두사미가 되진 않을지 '기대 반 회의 반'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하고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알고도 또 속아줘야 하나. 또 '그 나물에 그 밥'이겠지. 이런 상념에 벌써부터 총선 기대감이 바닥이다. 특권을 누릴 대로 누린, 누가 봐도 매너리즘에 빠진 다선 의원부터 불출마 선언을 함이 어떤지. "박수 칠 때 떠난다." 과거 3선 김용갑 전 의원이 들려준 '은퇴의 변'을 곱씹어 보길. 총선 지망생도 새겨라. '백성의 걱정을 헤아리고, 벼슬을 이용해 착복하지 않고,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다.'(정약용 '목민심서')는 각오가 없인 노크할 생각조차 하지 말 것을.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 한편으론 우리 국민에게 달려 있다. 유권자 스스로 국회의원과 똑같은 무게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엄정(嚴正)한 심판을 위한 엄중(嚴重)한 주인의식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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