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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elcome all races, all religions, all countries of origin, all sexual orientations, all genders. We stand with you. You are safe here."(우리는 모든 인종, 모든 종교, 모든 출신 국가, 모든 성향, 모든 성별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하며, 당신은 이곳에서 안전합니다.)
이는 몇 해 전 미국 워싱턴주에 위치한 한 도시의 식당에 내걸려 있던 문구다. 당시 미국 일각에서 그 어느 때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같은 포스터를 내걸었다고 한다. 물론 저 포스터 속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또는 저 문구 내용에 대해 얼마나 동의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어떤 정치적 해석 혹은 각론에 대한 논쟁의 문제를 떠나서 저 문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문구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자칫 편견과 증오, 더 넘어서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이들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영역에 서 있던 누군가는 저 메시지를 보고 잠깐이라도 푸근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 시기 미국 사회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반영한 문구는 아직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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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의 한 도시 식당에 내걸려 있던 문구. 모든 인종, 성별 등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
지금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는 바로 '학교폭력'이다. 드라마(더 글로리) 등의 영향일까. 최근 들어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새삼 높아졌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의 학교폭력이란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정보 등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폭력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학교폭력'이다.
아무리 인기 작가가 대본을 쓰고 스타 배우가 연기를 한다 하더라도 '스토리'가 별로라면 대중의 반응은 싸늘할 것이다. 그런데 '더 글로리'의 스토리는 대중에게 통한 것 같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겪은 폭력, 혹은 그 폭력을 바라본 목격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나쁜 기억' 한 조각을 떠올린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피해 다녀도 폭력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드라마에 공감했을 터. 드라마에서처럼 자신보다 약한 사람만 골라 괴롭히는 누군가에겐 '드세 보이는 것'조차도 시빗거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복수를 주인공이 시원하게 해주니 그것도 대리만족을 준다.
미국 사회를 관통했던 이슈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들끓고 있는 이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모두 '상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근본적인 치유 방법으로 '이해'와 '공감' '존중' 같은 것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갈등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 역시 통하는 점이다. 그런 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는 세상'을 향해 우리는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등 여러 폭력으로 상처받고 움츠린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어쩌면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고통을 겪었든 너는 귀한 사람"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번 주말 '위클리포유-커버스토리'에서는 학교폭력의 현실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극복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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