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학교폭력 이렇게 극복해요(3)"나와 너는 모두 존중받는 존재 인식해야…자신 괴롭히는 상황과는 거리두기 필요"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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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7  |  수정 2023-04-07 09:06  |  발행일 2023-04-07 제34면
지나영 美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교수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학교폭력 이렇게 극복해요(3)나와 너는 모두 존중받는 존재 인식해야…자신 괴롭히는 상황과는 거리두기 필요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교수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존중'과 '사랑'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 정신의학과 교수는 저서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소탈하고 편안한 그의 유튜브 속 모습은 자신을 포장하고 꾸미는 데 지친 현대인에게 그 자체로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최근 한국을 찾은 지나영 교수는 지난달 28일 '내 아이와 함께 크는, 본질육아'를 주제로 대구 달서가족문화센터 주최의 강연을 했다. 대구는 그가 나고, 자라고, 대학을 다닌 고향이다. 오랜 미국 생활에도 남아있는 생생한 '대구 사투리'가 그 증거라면 증거다. 지나영 교수는 "강연장에서 고향 분들이 환대해 주시고, 너무 좋아해 주셔서 마음이 뭉클했다. 부모님도 모두 대구에 계셔서 더 기분이 남다른 것 같다"며 대구 강연 소감을 전했다. 대구에 온 그를 만나 학교폭력, 내면의 건강을 지키는 법, 인생의 중요한 가치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람을 함부로 등급으로 나눠선 안돼
아이들에 존중·사랑의 메시지 줘야
존중하는 법 모를 땐 무시·멸시 행동

성취·외부 평가에 지나친 몰입보다
내면의 행복·건강으로 관심 돌려야

▶드라마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 한국사회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학교폭력'이다. 사실 학교폭력과 유사한 폭력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모든 형태의 폭력은 '내면의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며, 극복 방안은 있을까.

"심리학적으로 학폭과 갑질 등은 비슷한 개념이다. 어느 순간 '저 사람보다 내가 강하다, 세다'는 생각, 예를 들어 집이 더 잘산다든지, 공부를 더 잘한다든지, 상대보다 내가 더 우세하다고 생각하면 발현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사람을 아래, 위로 나누는 메시지를 주면 안 된다. '네가 이렇게 하면 무시당하고, 이렇게 해야 떵떵거리고 잘산다.' 이런 식의 메시지도 위험하다. 그런 말을 듣고 큰 사람은 '이런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암시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존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나와 너는 존재만으로 이미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 말이다."

▶'사랑'이 그러하듯 '존중'받고 큰 사람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된다는 말인가.

"존중한다는 말과 표현을 많이 듣고 보고 큰 아이는 자라서도 '내가 이렇게 존중받는 사람이듯 저 사람도 귀하고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의 존재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재가치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역시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야 하고, 여기에 반하는 메시지를 함부로 줘서는 안 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자연스레 '다양성'에 대한 이해로도 이어진다. 학교폭력이든 직장폭력이든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기인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어떤 사람이 나와 다르더라도 존중해 주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 혹은 사람을 함부로 등급으로 나눠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사랑받고 사랑하고, 존중받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

▶가정에서 존중을 배우고 자라더라도 학교 혹은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폭력에 노출돼야 할 때가 있다. 구조적으로 해결이나 개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상처로 작용한다. 실제로 얼마 전 어떤 사람이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라 무난한 삶을 살아왔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보고 겪은 지속적 언어폭력 등으로 일종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겉으로 무척 단단해 보이던 사람이 그런 고백을 해서 놀랐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일단은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라는 표현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누가 뭐라고 하건, 어떤 상황이건 나는 존중받을 사람'이라고 마음속으로 되새기면 좋을 것 같다. 저 역시 타국에 가서 공부하면서 언어 등의 문제로 차별을 받을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있었다. 그때마다 '당신이 아무리 그래도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마음 다짐을 했다. 만약 그렇게 해도 안 된다면,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자리에는 가능하면 나를 계속 두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타인이 나에게 폭력을 행사할) 그 상황에 다시 한번 나를 두지 않는 것이다. 가족·친척이라도 나에게 매번 인신공격을 한다든가 하면 그 가족과는 안 만나도 괜찮다. 그 가족에게 더 잘해줄 필요도 없다. 나를 괴롭히는 그 상황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갑질과 폭력적인 문화를 없애 가는 것은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사회 전반적인 노력도 필요한 부분이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과 적당히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렇다면 '폭력'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정신과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사람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어떤 메시지를 듣고, 어떤 사랑을 받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통해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법을 모른다면 남을 무시하거나 멸시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내면의 건강'을 위해 조언하고 싶은 것은.

"겉모습이나 성취, 외부의 평가 같은 것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다 보면, 내면의 건강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우리는 굉장히 능력 있는 민족인 만큼 한국 사회가 외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성장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놓친 것도 적지 않다. 그동안 외부로 너무 향해 있던 관심을 내면의 행복, 건강 등으로 좀 돌려봤으면 한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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