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산 운용사 거수기 의결권 손질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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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3 17:29  |  수정 2023-04-13 17:39  |  발행일 2023-04-13
운용사 '거수기 오명' 벗기 위해

금감원, 의결권 행사 가이드 라인 개정 T/F 구성
금융당국, 자산 운용사 거수기 의결권 손질
국내 자산운용사 의안 유형별 의결권 행사 현황.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금융감독원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팀(TF)을 출범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실상 운용사들이 기업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역할에 그쳐, 현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의결권 행사에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은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 권익 보호 및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하도록 의사결정 원칙과 함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처음 제정된 이후 2016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배구조나 사회적 책임 등에서 실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운용사가 참고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그동안 자산운용사로 대표되는 '대리인'들은 '주식소유자'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지분을 가진 기업의 7천398개 안건 가운데 8.37%(619건)에 대해서만 반대표(일부 반대 포함)를 행사했다. 특히 49개 운용사 가운데 안건에 반대 의견을 한 차례도 표하지 않은 곳이 20곳(40.8%)에 달했다. 반대비율 10% 미만은 18곳(36.7%)에 머물렀다.

2018년(6.59%), 2019년(6.09%), 2020년(7.91%)과 비교해서는 높아졌으나, 반대 의결권을 관철한 비율로 따지면 10%를 넘기지 못해 주총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적극성의 척도를 반대 의견만 놓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10%도 넘지 못하는 건 안건 9할 이상 찬성하거나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TF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및 공시 업무 현황, 해외 주요국의 규제 현황 등을 분석해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운용사가 의결권 행사 내용을 충실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 방안도 함께 모색할 예정이다. TF에는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 7개 자산운용사와 함께 실무진이 구성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모범규준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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