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장 방불케 하는 '영주댐 상류'…수질 악화는 人災 주장 제기

  • 손병현
  • |
  • 입력 2023-04-18 16:31  |  수정 2023-04-19 07:29  |  발행일 2023-04-19 제12면
"여름이면 악취와 벌레 때문에 살 수 없다"
각종 폐기물과 아스콘 폐도로 그대로 방치
제방으로 인해 고인 물은 악취와 죽은 물고기 '둥둥'
상류 지역 수몰 잔재물도 이런데 본댐은 오죽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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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상류지역이 기존에 있던 제방을 철거하지 않으면서 수년간 방치돼 고인 물이 썩어서 흑갈색으로 변해 있다. 악취가 진동하고, 곳곳에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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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씨 부부의 집 앞 급경사지 아래는 마치 쓰레기매립장을 방불케 했다.

"댐이 들어서고 난 뒤로는 여름만 되면 심한 악취와 벌레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영주댐 상류인 경북 영주시 이산면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송모(82)씨 부부는 댐 건설 후 여름이면 냄새와 벌레로 큰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수년 전 영주댐이 완공됐지만, 송 씨의 집 앞은 댐 건설 전에 있던 제방과 도로가 그대로 방치되면서 그사이에 고인 물이 썩어 악취를 유발하고 각종 유해 벌레들의 서식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후 기자가 찾은 송 씨의 집 앞에 펼쳐진 광경은 쓰레기매립장을 방불케 했다.

집 앞 인삼밭 아래 댐 주변에는 최근 건설 장비로 땅을 파헤치면서 급경사지가 형성됐고, 그 아래엔 각종 폐기물과 아스팔트 폐도로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도저히 댐 상류의 풍경이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칫 여름철 많은 양의 물이 댐에 유입될 경우, 인삼밭은 물론 집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게 송 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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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상류에 사는 송 씨 부부 집 앞 인삼밭 아래로 급경사지가 형성됐다.


송 씨는 "수차례 수자원공사 측에 오염물질이 더는 쌓이지 않도록 제방을 제거해 파헤쳐 놓은 땅(급경사지)을 메워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지난달 중순 쯤에야 임시방편으로 제방 일부를 절개해 그 사이로 고여있던 물이 방류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송 씨의 주장대로면 공교롭게도 수자원공사 측이 진행한 제방 절개공사 시점(3월13~20일)과 앞서 환경단체가 주장했던 붕어가 집단 폐사한 시점(3월 중순에서 말쯤)이 겹친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수자원공사의 주먹구구식 댐 건설이 수질 오염을 키웠다는 주장(영남일보 4월 17일 10면 보도)이 확인된 것이라며 매년 녹조로 몸살을 앓는 영주댐의 수질 악화는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실제 수년간 제방 안에 고였던 물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흑갈색으로 변해 악취가 진동했고, 웅덩이 곳곳엔 죽은 물고기 수십 마리가 둥둥 떠 있었다.

댐 건설 당시 눈에 보일 수 있는 상류지역의 수몰 잔재물에 대한 처리도 이런 상황인데 본댐에 수몰된 폐가옥과 분뇨통, 침수목, 아스팔트 등에 대한 철거 작업이 형식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마을에선 수십 가구의 정화조가 그대로 방치된 채 수몰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태동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건물 잔재물과 침수목 등은 유기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분해되지만, 난분해성 물질로 알려진 아스콘의 경우 물에 잠겼을 때 환경적으로 크게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는 없지만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오히려 수몰지역에 방치된 폐기물로 인한 침출수가 우려되는 가운데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제방은 수질 오염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영주댐지사 관계자는 "댐 건설 당시 기존에 있던 제방과 아스콘 도로는 제거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화조 등은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또 "폐기물 등이 대량으로 발견된 곳은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다. 영주댐 수질오염의 원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오염이 심화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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