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우리가 마주하는 곳이 살아가야 하는 길'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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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7 11:32  |  수정 2023-05-09 08:37  |  발행일 2023-05-10 제21면
대구 남구 나눔공동체 이왕욱 목사
장애인시설 인식 좋지 않던 시절부터
대구 앞산 인근까지 오는데 이사 24번
"구성원 상처 쓰다듬으며 살아가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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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공동체 구성원들.  <이왕욱 목사 제공>

"구성원들의 능력 개발과 촘촘한 복지 핀셋 자원이 중요함을 알아갑니다." 원가정 울타리에서 벗어난 발달 장애인들과 가족이 된 이왕욱(62·대구 남구) 나눔공동체 목사 이야기다.

1990년대초 지적장애인 시설에 봉사로 갔다가 마주한 풍경과 눈에 들어오는 이웃들이 그에게는 뚫고 나가야 할 길이 됐다.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고 복지를 효율로만 여기던 시기, 이 목사는 3~4명의 발달 장애인과 그룹홈을 이뤘다. 당시 '장애인 시설'은 시골이나 외딴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사회적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 목사의 지론은 몸이 불편할수록 사회적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도시에 정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나눔공동체가 둥지를 튼 대구 앞산 밑으로 오기까지 가족 구성원과 이웃 주민과의 마찰로 거처를 24번이나 옮겨야 했다. 이 목사는 "인간적으로 화나고 가슴 아팠던 날들이지만 되짚어 본 지난날은 성경 속 40년을 헤매었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구성원들 간 믿음의 농도가 짙어진 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는 초창기부터 같이 지내 온 동료 포함해 발달 장애인 30명 정도가 같이 생활하고 있다. 기존 장애인 시설과 차별점은 공동체 식구마다 각각 생활이 보장된다는 점. 이 목사와 인터뷰 요청한 당일도 일부 구성원들이 학교며 물리치료 받으러 나간 상황이었다.

일상생활 외에도 구성원들의 취향에 따라 야구장 관람, 극장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 목사는 "의식주 문제는 소액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해결하고 있다. 가족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 중"이라 전했다.

삶의 질 뿐 아니라 당사자의 능력을 발견하고 훈련 시켜 궁극적으로는 독립적인 삶의 지원이다. 장애인들의 가족과의 이별을 옆에서 지켜본 이 목사는 부모가 장애 자녀에 대한 수용과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복지 서비스와 체계가 과거보다 비교도 못 될 만큼 좋아졌다.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조기 치료, 조기교육 등 그 아이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고 조언했다.

동료들과 동고동락 30년, 나눔에서 생활한 발달 장애인 간 결혼을 보며 큰 가르침이었고 보람이었다. 비장애인 시선에서는 힘든 과정일 수 있겠지만 그들도 그들 삶에 대한 기대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식구들이 있어 부족하지만 할 수 있었다고, 그들이 받은 상처 우리 가족이 쓰다듬을 수 있게 즐겁게 살아가자고, 되뇌인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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