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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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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은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파견 합의나 안보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 경제에서도 공급망 및 항공노선 복원 등에서 폭넓은 내용이 공동기자회견에서 공개된 것이다.
◆ 기시다 현충원 방문 후 대통령실서 회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후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는 부인인 기시다 유코 여사,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등과 함께 현충원을 찾았으며 현충탑 앞으로 걸어가 일본 총리 명의의 화환으로 헌화한 뒤 참배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각하의 한국 방문'이라고 적힌 방명록에 서명했다.
12년만의 셔틀외교 복원과 마찬가지로 일본 현직 총리가 현충원을 방문한 것 역시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 이후 약 12년 만이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가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의미에 대해 "한 국가의 정상이 방문국의 현충 시설을 찾아가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한 많은 사람의 삶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한 기시다 총리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공식환영행사를 통해 한일정상회담의 시작을 알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5분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기시다 총리를 맞이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도 기시다 총리와 동행한 유코 여사를 만났다. 윤 대통령 부부는 최근 새단장을 마친 대통령실 1층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기시다 총리가 차에서 내리자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대통령실 청사 현관과 로비는 한 달 넘게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으나 전날 마무리 돼 처음으로 공개됐다.
양국 정상 내외가 잔디마당에 설치된 사열대에 오르자 의장대는 기미가요와 애국가를 차례로 연주했다. 대통령실 국기 게양대에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걸렸다. 이어 양국 정상은 사열대에서 내려와 의장대 사열을 했다. 사열 중 양국 국기 앞에 잠시 서서 경례했다. 사열을 마친 양국 정상은 잔디마당에 도열해 있던 참모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을 위해 청사 안으로 이동했고, 기시다 총리가 방명록에 서명한 후 양국 정상은 오후 3시51분께 소인수 회담을 시작했다. 소인수회담은 39분간, 이어 진행된 확대회담은 63분간 열렸고 이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합의문 나오지 않았지만 폭넓은 논의 이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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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관심을 모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문제는 한국 전문가를 일본으로 파견한다는데 합의가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에 대해 "일한 양국 사이에 지속적으로 성의있는 소통을 희망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일본은 IAEA의 리뷰(검토)를 받으면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성의있는 설명을 해나갈 생각이지만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과거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 외에도 개인적인 유감 표명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기시다 총리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해 "당시 어려운 건강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보 문제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협력은 필수"라며 북핵 위협에 대비해 양국은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미 간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선언'이 한미일 간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일본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양국 정상은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경제 분야 논의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는 우주, 양자,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미래소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공동 연구와 연구·개발(R&D) 협력 추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양국 정상은 설명했다.
이외에도 양 정상은 미래세대를 위한 양국 교류를 위한 성과와 함께 지방 항공 노선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청년 중심으로 한 미래세대 교류 확대하기 위해 구체적 방안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하며 "한일 양국 간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가는 추세를 감안해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노력해나가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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