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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시장 가치가 1조달러(1천3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4.37% 올랐다. 시가총액도 9천390억달러(1천248조8천700억원)로 불어난 것이다. 뉴욕 증시에서 시총이 1조 달러를 넘는 기업은 애플(2조7천593억 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2조4천752억달러), 사우디 아람코(2조1천억 달러), 아마존(1조2천324억 달러) 등 4개뿐이다. 엔비디아 주가 상승은 인공지능(AI) 붐에서 출발했다.
■ 주가
생성형 AI 붐 타고 주가 폭등
엔비디아 시총 1조 달러 눈앞
AMD·삼성전자 등에도 훈풍
■ 일자리
수많은 데이터 분석해 답변
언론·마케팅·회계·코딩…
데이터 기반 대부분 일 영향
■ 허위 정보
트럼프 체포, 펜타곤 폭발 등
AI로 조작한 가짜 사진·기사
기성언론·주식시장까지 속여
◆AI 붐 타고 엔비디아 시총 1조달러 눈앞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말 146.12달러(19만4천339원)에 불과했다. 올 초까지도 140달러대에 그쳤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주목받으면서 주가는 2.7배로 뛰었다. 몸집이 불어난 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AI 학습에 필수 반도체여서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GPU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올 2~4월 실적을 발표했다. 올 2~4월 매출은 1년 전보다 13% 감소한 71억9천200만달러(9조5천억원), 순이익은 26% 증가한 20억4천300만달러(2조7천억원)를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5~7월 매출도 시장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는 수직 상승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5~7월 매출이 110억달러(14조5천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분기 매출 예상은 월가 전망치(71억5천만달러)를 5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를 향한 금융사의 전망도 밝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생성형 AI 시장에 대규모 물결이 일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향후 12개월 목표가를 기존 전망치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5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영국의 대형 금융사 '바클레이즈'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에버코어'도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500달러로 제시했다.
생성형 AI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자는 엔비디아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5일 미국 AMD의 주가는 전날보다 11.16%,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주가는 14.22% 급등했다. 지난 26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2% 오른 7만300원을 기록했다. 이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AI의 열풍으로 현실화된 위협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열풍은 거세다. 챗GPT는 출시 불과 두 달 만에 1억건의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챗GPT처럼 사람과 대화하듯 묻고 답하는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동시에 일자리도 위협한다. 생성형AI는 온라인의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답변을 내놓는다. 저널리즘, 마케팅, 회계, 코딩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업무 대부분이 AI의 영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연구진들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 노동자들의 80%가 자신들의 직무 중 적어도 10%에서 챗GPT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의 영향을 받는다. 최소 50% 이상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도 19%에 이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31개국 3만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노동자의 49%는 'AI가 자신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AI에 최대한 많은 업무를 위임할 것'이라고 답변한 노동자 비율도 70%에 달했다.
AI 위협론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유력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가 모든 일을 대체하는 미래가 생각보다 먼 미래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에 의한 일자리 소멸은 예상보다 훨씬 천천히 진행됐다는 진단에서 비롯됐다. 그러면서 AI 경제는 오늘날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과장일까 현실일까, AI와의 공존 필요성
2008년 개봉한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월-E'는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지구가 배경이다. 이곳에 홀로 남겨진 '청소 로봇'과 식물을 탐색하기 위해 지구에 온 '탐사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선 AI와 로봇이 지배하는 지구를 흥미롭게 묘사한다. 로봇은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대신한다. 사람들은 거대한 우주선 안에서만 지낸다. 이동식 침대에 앉아 모니터 화면 속 영상을 보고, 게임이나 가상체험(VR)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몸을 움직이지 않은 탓에 비만이 된 사람들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나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다. AI가 우주선 안팎의 대소사(大小事)를 관리하고 인류의 미래를 결정한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에나 등장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명령어 없이 대화하듯 말을 거는 것만으로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글과 그림을 인간이 한 일로 착각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월 화제가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은 이미지 생성 AI가 그린 '가짜'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게 체포돼 연행되는 사진 역시 조작됐다. 언론사 기고 역시 마찬가지다. 아일랜드의 언론사 아이리시 타임스가 지난 11일 온라인에 게재한 '아일랜드 여성들의 인조 태닝 집착은 문제'라는 제목의 기고는 가짜였다. 지난달 독일의 주간지 악투엘레는 은퇴한 자동차 경주선수 미하엘 슈마허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가 AI로 조작한 기사라는 게 드러났다.
생성형 AI로 인해 실제로 닥쳐온 위험은 일자리가 아니라 허위정보의 범람이다. 지난 22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의 폭발 사진이 잇따라 게시됐다. 펜타곤 영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은 러시아 관영 매체 RT와 트위터 유명 금융 뉴스 계정 '제로헤지'가 공유하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에 미국 S&P500 지수가 출렁였다. 하지만 이 사진도 AI가 만든 가짜였다. 이런 조작된 사진들이 진실로 여겨지면서 소셜미디어와 기성 언론은 물론 주식시장까지 움직인 것. AI를 잘만 활용하면 인류는 최고의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는데, AI와의 공생법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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