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장수한 관료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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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7 06:38  |  수정 2023-06-07 06:57  |  발행일 2023-06-07 제27면

조선시대 효종 임금 때 윤경(尹絅·1567~1664)이라는 문신이 있었다. 단명(短命)의 그 시대에 97세까지 수(壽)를 누렸다. 명종 22년에 태어나 현종 5년까지, 그의 생애 모두 여섯 명의 임금이 재위했다. 1589년(선조 22) 22세 때 진사시에 붙었다. 여러 공직을 거친 끝에 무려 90세 나이엔 공조판서에 올랐다. 백수(白壽) 가까이 장수하고, 말년까지 관복(官福)을 누렸다니 가히 탄복할 만하다. 황희는 1449년인 87세까지 영의정을 지냈고, 개국공신인 권희는 1400년 83세 나이로 지금의 부총리격인 좌의정에 올랐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관료 중에선 국무총리를 지낸 이들이 장수했다. 현승종(향년 101세)·강영훈(〃 94세)·김종필 (〃 92세)·정원식(〃 91세)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대구경북에선 김무연 전 경북도지사다. 1921년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영덕군수·대구시장·경북도지사를 지낸 뒤 2019년 99세로 별세했다.

세계 외교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100세를 맞았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땐 저술 작업에 몰두했으며, 얼마 전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도 참석했다. 초고령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는 게 놀랍기만 하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장수 비결은 꺼지지 않는 호기심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 해 전 일본에서도 '장수 비결은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설문 결과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이 줄어든다고 한다. 잠자고 있는 우리 내면의 호기심을 다시 깨워볼 일이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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