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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봉사 후 모인 이보영양 가족. 왼쪽부터 이흥열씨, 이보영양, 김마리아씨. <김마리아씨 제공> |
"엄마가 봉사활동으로 태교를 한 것 같아요."
지난 3일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보영(신기중 3년) 양의 어머니 자랑이다. 이 양은 이흥열(57)·김마리아(44) 부부의 외동딸이다. 이 양의 가족은 봉사활동으로 가족의 정을 쌓고 있다. 이 가족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동기는 조금 특별하다. 2006년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김 씨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YMCA, 종교단체, 복지관 등에서 실시하는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그 무렵 대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대구민들레봉사단' 신희숙 단장을 만났다.
신 단장은 김 씨의 '친정엄마'가 돼 한국 생활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봉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타국 생활의 외로움도 달랠 수 있게 했다. 김 씨는 임신 중에도 적극적으로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이 양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태어나서는 엄마 품에 안겨서 또는 유모차를 타고 홀몸노인 가정을 방문했다. 아장아장 걸으면서도 아빠, 엄마가 봉사하는 곳에 항상 껌딱지처럼 붙어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갔다. 홀몸노인 가정을 방문해 손녀가 되어 말벗도 해 드리고 거동불편 어르신의 간단한 운동도 도왔다. 어느새 봉사는 이 양의 또 다른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다문화 가정의 쌍둥이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벽화 봉사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더 신난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완성된 벽화를 보면 언제 아팠는지 기억도 없이 기분은 날아갈 듯이 상쾌하다. 생필품 전달도 보람 있는 봉사다.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고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이 양은 봉사뿐만 아니라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교 성적이 전교에서 최상위에 들 만큼 우수하다. 성적 우수 표창장도 많이 받았다. 지난해에는 제11회 DGB청소년자원봉사대상 대구시교육감상도 수상했다.
이 양은 "봉사 일정이 정해지면 과제나 보충할 학습을 미리 마무리하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조정한다. 봉사 때문에 공부를 미루는 일은 없다. 부족하다면 잠자는 시간을 줄인다. 학생의 할 일은 공부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봉사 활동을 통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아빠와 엄마는 이 양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어머니 김 씨는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대구한의대 다문화 복지 한국어과를 지난 2021년 졸업했다. 현재 대구 서부고용센터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프리랜서로 통역 일을 하고 있다.
아버지 이흥렬 씨는 "보영이를 생각하면 엄마가 당당하게 한국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배움이라 생각했다. 보영 엄마도 배움에 열정이 있어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사회에 작은 역할을 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 이 모든 것은 봉사가 밑바탕이 되었다.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족이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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