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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시중은행 엔화 자금 추이. 연합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지난달 기준 301억6천700만엔(2천7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28억3천900만엔)에 비해 73억2천800만엔 증가하고 1년 전(62억8천500만엔)과 비교해선 4.8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내 4대 은행의 엔화 예금잔액도 지난달 말 6천978억5천900만엔(6조3천197억원)에서 지난 15일 8천109억7천400만엔(약 7조3천441억원)으로 16%(1천131억1천400만엔, 약 1조243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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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低) 현상'은 일본여행도 부추겼다. 일본정부관광국 집계에 따르면 1~4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06만7천700명으로 전년 대비 125배 폭증했다. 이 기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중 한국인 비율이 31%로 가장 많았다. 엔저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일본여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엔화 값은 하락을 거듭하면서 900원대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하나은행이 고시하는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5.59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에선 904.51원이었다. 엔화는 4월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1천원을 넘나들었지만 두 달 만에 100원 가까이 추락했다.
이같은 엔저 현상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이달은 금리 인상을 동결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3월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국도 이에 맞춰 연 3.5%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일본은 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 통상 자금은 금리가 높은 쪽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의 가치는 떨어졌다.
최근 달러화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인 반면, 달러화 대비 원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201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800원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테크 열풍이 몰아치는 건 '회복 기대심리'와도 관련이 있다.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지난 14일 33,502.42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그 전날에 이어 33년 만의 최고 기록을 연일 갈아치운 것이다. 닛케이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3만3천엔'을 넘긴 것은 버블 경제 시기인 199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해 들어 닛케이지수는 뚜렷한 우상향 방향을 그리며 상승해왔다. 연초(25,716.86) 대비 최근 지수의 상승률은 30.3%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기대심리가 현실화한 것이다. 국내에선 일본주식을 사는 투자자, 이른바 '일학개미들'이 급증했다.자본총계 기준 상위 8개 주요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메리츠·신한투자증권)에 예치된 엔화 예수금 및 일본 주식 평가금액 전체 규모를 파악한 결과, 지난 15일 기준 총 4조946억2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3조1천916억원)보다 9천억원 이상(28.3%) 늘어난 것이다. 지난 1월 말(3조4천924억5천만원)과 비교해도 6천억원 이상(17.2%) 증가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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