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易地思之] 언제까지 '괴로운 뉴스'만 봐야 하나?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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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0 06:57  |  수정 2023-06-20 08:49  |  발행일 2023-06-20 제22면
세상의 온갖 사건과 사고 소개
괴로움 주는 뉴스, 소비자 불편
다양성 기반한 지역 민원 청취
지역 언론·공동체의 협업 강조
변화 향한 희망·혁신 일깨우는
문제해결중심 솔루션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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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뉴스를 보면 너무 힘들다." "신문을 펼쳐 들기가 괴롭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저널리즘이 펴내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는 문항에 한국 응답자의 5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세상의 온갖 어두운 사건·사고를 열심히 실어 나르고, 추악한 당파적 탐욕으로 얼룩진 정치권의 온갖 갈등을 미주알고주알 소개하고 분석하는 뉴스를 보는 건 때론 너무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나 될 정도로 말이다. '괴로움을 주는 뉴스'가 불가피하더라도 정도껏 하면 안 될까?

2017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새로운 저널리즘의 지평을 열어보려고 애써 온 슬로우뉴스 대표 이정환이 쓴 '문제 해결 저널리즘'(2021)이란 책은 위와 같은 문제 제기로 시작한다. 그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것은 언론의 고유한 사명이지만 갈등을 중계하고 분노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과 맞서고 어떻게 현실을 바꾸고 있는지,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일깨우는 것이 솔루션 저널리즘의 본질이고 목표다"라고 역설한다.

그렇다. 문제만 잔뜩 들춰내 놓고 모른 척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해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솔루션 저널리즘의 정의를 엄격히 내린 후에 솔루션 저널리즘이 아닌 보도를 가려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접근법도 있지만, 나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도 좋다고 생각한다.

'괴로움을 주는 뉴스'라고 하는 기존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을 탈출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그래서 언론이 민생을 돌보는 데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무엇이건 좋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솔루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강한 문제의식만 심어주고 나머지는 뉴스 생산자의 자율적 역량을 믿으면서 서로 논의하는 협력 과정에 맡기는 것이 일일이 "이건 솔루션 저널리즘이네 아니네"라고 따지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지역언론에 더 잘 어울리고 더 필요한 저널리즘이다. 지역언론은 자주 '홀대' '소외' '낙후'를 외치는 '나쁜 뉴스' 생산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권력자, 고위 관료, 지역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좋은 뜻에서 그러는 것일망정, 오히려 그런 뉴스가 지역 주민들의 무력감을 키워 지역을 떠나도록 부추기는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솔루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솔루션 저널리즘의 이론가나 실천가들이 자꾸 나름의 원칙이나 지침을 만들어 천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행하려는 사람들이 그걸 보고서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 하는 식으로 자신의 지역에 맞는 원칙이나 지침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참고용이라는 전제하에 나는 여기서 7가지 지침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다양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자. 지방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지역의 배타성을 없애거나 약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지역 출신으로 중앙에서 성공한 사람들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민원을 적극 청취하자. 무슨 사건·사고가 터져야만 보통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민원을 청취해 보도하는 걸 상례화해야 한다. 특히 전국에 걸쳐 산재해 있는 혁신도시 주민들의 생각과 의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그들이 지역에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밝은 뉴스에 최소한의 지분을 주자. 밝은 뉴스를 의도적으로 키우자고 그러면 펄펄 뛰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이 어두운데 그런 조작질을 하면 안 된다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물어보자.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삶이 아무리 어둡다 해도 밝은 면도 있을 텐데, 우리의 뉴스는 그거나마 공정하게 반영하고 있는가?

넷째, 무슨 문제건 솔루션에 관심을 갖자. 이정환은 책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은 해법을 만들어 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더 많은 질문을 끌어내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저널리즘이라"는 걸 여러 차례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솔루션을 찾는 게 어렵기 때문에 그걸 목표로 하면 곧 좌초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늘 솔루션에 관심을 갖자는 정도의 목표가 무난하다.

다섯째, 솔루션 사례 데이터뱅크를 구축하자. 한국에선 솔루션 저널리즘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기에 일단 일반적인 지역 혁신의 사례로 범위를 넓혀 유형별 분류에 따른 데이터뱅크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솔루션 저널리즘의 이해와 학습, 그리고 더 나아가 확산의 기회로 활용하자는 뜻이다.

여섯째, 취향공동체 인프라와 협업하자. 지역에서 사적인 연고 공동체를 제외하곤 양적·질적으로 가장 막강한 공동체는 각종 취미를 중심으로 형성된 취향공동체다. 지역언론이 이런 취향공동체를 '소 닭 보듯' 하는 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식으로건 취향공동체 인프라와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일곱째, 생활정보형 홍보에 스토리텔링을 입히자. 지역주민들이 반길 수도 있는 생활정보임에도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게 건성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전혀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늘 그런 식으로 무성의하게 처리하는 건 이만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 7개 지침은 그냥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하는 것처럼 생각나는 대로 쓴 것인데, 솔루션 저널리즘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은 이런 식으로 가볍게 하는 게 좋다. "그게 말이 돼?"라는 식의 냉정한 비판적 이성은 자제하는 게 좋다.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엔 "더 좋은 것을 생각해내는 것보다 터무니없는 것을 다듬어 내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아이디어는 터무니없는 것일수록 더 좋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디어의 질보다는 양이 중요하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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