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대구 편입 '군위의 여름 여행지'…경이로운 풍광에 넋을 잃고 싱그러운 바람에 더위 잊고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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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3  |  수정 2023-06-23 07:49  |  발행일 2023-06-23 제35면
국보 삼존석굴 웅장함 마주한 뒤

주변 계곡서 더위 식히는 코스 추천

영화 리틀포레스트 배경 '혜원의 집'

편안·소박한 시골 여름 분위기로

관광객들 인생샷 찍기 안성맞춤

7월부터 대구 편입 군위의 여름 여행지…경이로운 풍광에 넋을 잃고 싱그러운 바람에 더위 잊고
군위 삼존석굴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풍광

해마다 여름이면 대구시민들은 뜨거운 도심의 열기를 피해 대구 근교로 피서를 다녀오곤 했다. 짙푸른 나무와 풀이 주는 청량감과 싱그러움에 잠시 눈을 씻고 더위를 잊기 위해서다. 7월부터 군위군이 대구시로 편입된다. 이제 다음 달이면 '대구시 군위군'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군위라는 지역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듯하다. 군위는 청정 자연환경과 함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숨은 명소들을 품고 있는 곳이다. 여름에 더욱 빛나는 군위의 여행지들을 영남일보가 미리 다녀왔다.

7월부터 대구 편입 군위의 여름 여행지…경이로운 풍광에 넋을 잃고 싱그러운 바람에 더위 잊고
국보 제109호인 군위 삼존석굴

◆자연 속에서 만나는 국보 '삼존석굴'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처음 가보는 낯선 길에 바짝 긴장하며 표지판을 따라가고 있을 때쯤 '삼존석굴'(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입구가 나타났다. 폭염이 시작돼 무척 더운 날씨였지만 삼존석굴 가는 길 입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을 따라 마을 길을 올라가니 비로소 삼존석굴이 눈앞에 모습을 보였다.

삼존석굴은 1962년 국보 제109호로 지정됐다. 통일신라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삼존석굴은 거대한 자연절벽 속에 삼존불을 모시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둥근 입구 안으로 중앙에는 아미타불, 왼쪽에 관세음보살, 오른쪽에 대세지보살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존석굴은 삼국시대 조각이 통일신라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높은 문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옛날에 조상들이 저 높은 바위를 깎아 석굴을 조성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앞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빌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을까. 종교가 없는 기자이지만, 삼존석굴이 주는 위엄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국보를 직접 보는 것도 의미 있었으나 주변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다. 그야말로 '산자락의 여름'이었다. 나무와 계곡과 돌다리와 암석… 주변의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 깊은 그늘을 만들어냈다. 부계면에는 군위가 자랑하는 동산계곡도 있다. 자연이 주는 서늘함은 에어컨과 비견할 것이 못 됐다. 바깥세상은 무척 더웠으나 그 안은 시원하고도 고요했다.

7월부터 대구 편입 군위의 여름 여행지…경이로운 풍광에 넋을 잃고 싱그러운 바람에 더위 잊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인 군위 '혜원의 집'. 시원한 마루는 방문객들에게 인기 공간이다.

◆반짝이는 여름 '혜원의 집'

2018년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많은 이들이 뽑는 '힐링 영화'다. 세상살이에 지쳤지만 그래도 반짝이던 청춘들의 영화다. 영화는 고향 집으로 돌아온 한 젊은 여성이 직접 키운 농작물로 음식을 해 먹으며 자신을 치유해나간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혜원이 살던 집이 바로 군위군 우보면 미성리에 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곳은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한 번씩 들려가는 공간이 됐다.

'혜원의 집'은 가는 길부터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집은 하얀 시골길과 개울가 옆에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다. 영화에 담겨 있던 여름의 농촌 풍광과 작은 집이 잘 어울렸다. 돌담 안으로 들어서자 영화에서 보던 마당과 집이 나왔다. 뒤쪽으로는 작은 산을 두고 있어 집은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집 옆 텃밭의 새파란 옥수수가 계절을 실감케 했다. 영화 속 혜원이 앉아있던 마루는 역시나 인기 자리였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부터 젊은 연인까지 마루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잠시 앉아 땀을 식히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혜원이 음식을 만들고 먹던 주방과 거실이 보였다. 주방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영화에 나온 공간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집안은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여행자들이 남긴 방명록에는 여행의 설렘이 가득했다. "좋아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에 엄마랑 놀러왔어요. 여기 마을 너무 좋네요" "리틀 포레스트처럼 예쁘게 살아요"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의 작은 집, 사랑합니다"

마당 한편에는 자전거도 세워져 있었다. 방문객들은 이 자전거를 타고 영화 속 혜원처럼 여름의 시골길을 달려볼 수 있다.

◆여름의 추억여행 '화본역과 화본마을'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는 화본역과 화본마을은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와 차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른바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이곳은 추억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화본마을은 화본역을 비롯해 금수탑 등 예전 삶의 모습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그중 가장 상징적인 공간 중 한 곳인 화본역은 아담한 간이역으로,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에 뽑히기도 했다. 지금의 작은 역은 1936년대 옛 화본역의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고 한다. 크고 현대적인 역사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간이역의 모습이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역 광장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한낮 더위도 어느덧 사라진다.

화본역 인근에는 옛 산성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농어촌의 많은 학교들이 그렇듯 1954년 개교한 산성중학교도 2009년 긴 역사를 뒤로 하고 폐교됐다. 폐교된 옛 산성중학교는 리모델링을 통해 1960~70년대의 생활상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테마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그 옛날 시골학교 교실과 사진관, 만화방 등의 모습이 재현돼 있고, 이제는 볼 수 없는 과거의 생활용품들도 전시돼 있다.

화본마을에서 어르신들은 잠시 추억에 빠져보는 시간을, 젊은이들은 색다른 재미를 즐기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 짧은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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