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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 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며 김은혜 홍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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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 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처음부터 좀 이상했다." 정치권과 교육계까지 발칵 뒤집은 대통령실발(發) '수능 난이도' 논란을 지켜본 기자들의 반응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교육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시작됐다. 사실 브리핑의 핵심은 수능이 아니었다. 이날 이 부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개혁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브리핑도 교육개혁의 3대 방향(대학의 전 공간 벽 허물기와 유보통합, 한국어 교육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부총리는 브리핑 마지막에 이 부총리는 "보고 내용에는 없었지만…"이라며 운을 뗐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해서 변별력은 갖추되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 발언으로 앞선 개혁 내용은 묻혔다.
이 부총리의 브리핑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브리핑에 동석한 김은혜 홍보수석을 '유은혜'로 언급한 뒤 정정하고, 김 수석을 '대변인'으로 칭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런 해프닝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의문이 드는 것은 '타이밍'이었다.
이 부총리가 대통령에서 브리핑을 할 당시 윤 대통령은 경기도 포천에서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주관하고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고 있었다. 또한 전날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 소식을 전했다. 다시 말해 교육개혁 및 현안 추진 상황 관련에 대한 브리핑은 예고된 바 없는 사실상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였던 것이다. 기자들이 이 부총리의 발표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의 백브리핑(질의응답)에서 첫 질문도 '갑자기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이유와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배경'이었다.
더욱이 당일 교육개혁에 대해 유보통합이 교육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 외에는 명쾌한 정책이 나온 것이 아니었다. 수능 출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에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가적인 내용을 곧 발표한다"고만 밝혔다. 명확한 내용이 없는데 성급한 발표로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의 브리핑 실수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수능 난이도로 변질된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능 난이도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 논란을 비난하는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20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에 이어서 최악의 교육 참사"라며 "대통령은 수험생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국민의힘은 야권의 비판 공세에 "교육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적극 엄호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고위 관계자들의 정책에 대한 성급한 발언 이후 논란이 됐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육부 장관 사퇴까지 불러온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이나 정치권의 최대 화두였던 '최대 주69시간제 노동' 등으로 국정 지지율에 악영향을 받았던 사례가 있다.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오답 노트'를 요구하는 야권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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