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관객의 무한관심

  •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 |
  • 입력 2023-06-22  |  수정 2023-06-22 11:24  |  발행일 2023-06-22 제14면

[문화산책] 관객의 무한관심
김분선〈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지금은 사라져버린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대백 앞 무대'라고 말하면 웬만한 대구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는 곳이었다. 작년에 무대를 철수하며 세 개의 LED 기둥 구조물이 생겨 이제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곳은 수많은 사람이 오가며 쉬어 가던 곳이기도 하고, 수많은 집회가 열리고,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던 곳이었다. 필자 역시 그 무대에서 많은 공연을 했다. 춤에 대한 열정이 넘쳐나고 있을 무렵,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춤을 보여주고 알리기 위해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거리공연에선 실내공연에서처럼 조용함은 찾아볼 수 없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온갖 소음이 합쳐져 집중력을 100% 발휘해야 한다. 매번 달라지는 환경의 무대를 만나기도 한다. 더울 땐 땀에 흠뻑 젖어 끈적이는 몸으로 열연해야 하며, 추울 땐 잔뜩 움츠러든 몸에서 강제로 열을 뿜어내야 했다. 바람이 불 땐 버티기 신공을 발휘해야 하며, 비가 올 땐 비를 연출 삼아 춤을 춰야 했다. 한날은 비바람이 몰아쳐 준비해간 현수막이 찢어지고 날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관객들이 있어 끝까지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거리공연의 매력은 언제나 새로운 관객과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한날은 라이더 커플이 가던 길을 멈추고 20분 동안의 공연을 지켜보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작은 메모지에 응원의 글과 장미꽃 한 송이를 주고 가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공연 장면을 그림일기로 그린 초등학생 관객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거리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재능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 위해 버스킹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수성못 일대, 동성로 한일극장 앞, 대백 앞, 2·28공원, 김광석거리 등 대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버스킹 장소이다. 얼마 전 수성못 일대에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비보잉 버스킹을 보았다. 이미 한바탕 놀고 난 후였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그들의 춤은 시작되었다. 작은 스피커에 몸을 실어 진정 즐기고 있는 그들의 무대를 보며 필자도 뛰어 들어가 함께 춤추고 싶은 욕구도 생겼지만, 그 무대는 오로지 그들만의 무대이니 훼방꾼이 되진 않았다.

가끔 버스킹 하는 친구들을 만난다면 함께 즐기며, 잠깐의 여유를 가져보길 바란다. 공연자들의 무한 열정으로 관객들은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되고, 관객들의 무한관심으로 공연자들은 삶의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분선〈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기자 이미지

김분선 대구시립무용단 수석단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