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은 오늘날 대구 남구 미군부대"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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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04 11:10  |  수정 2023-07-05 08:46  |  발행일 2023-07-05 제21면
대구교통방송 '대구야사' 진행하는 권도훈 대표
라일락1956 대표로 잘 모르는 대구문화자원 소개
"최근 발견된 이상화 시인 동생 칼럼서 빼앗긴 들
대구 남구 소재 미군 부대로 유추되는 대목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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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훈 라일락 1956 대표

TBN 대구교통방송에 대구시민이 잘 모르는 대구지역 문화자원을 알려주는 사람이 나온다. 복합문화공간 라일락 1956 카페지기 권도훈(52·대구 중구) 대표가 주인공이다. 2주마다 목요일에 등장한다.

권 대표는 대구교통방송에서 '대구야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권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대구가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국채보상운동, 2·28 민주운동 등 나라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앞장선 깨어있는 도시가 바로 대구이다. 이육사·이상화·현진건 등 우리나를 대표하는 문인들도 활동했다.

권 대표는 이상화 시인에 대한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했다. 많은 시민들이 이상화 시인의 고택을 생가로 잘못 알고 있다는 것. 생가는 시인이 태어난 1901년부터 32년까지 살던 곳(대구 중구 서문로 2가 11번지)이고, 말년(1939~1943년)에 살던 집이 고택(대구 중구 계산동2가 84번지)이다. 또 이상화 시인 대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빼앗긴 들'이 수성못 일원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인의 동생 이상백 박사의 칼럼 '꿈같이 희미한 기억'(1962년 3월 11일자 동아일보)이 발견되면서 다른 곳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상백 박사는 칼럼에서 "시는 아직 앞산 밑이 일면 청정한 보리밭일 때의 실감(實感)이다"라고 했다. 이상백 박사의 글이 맞다면 '빼앗긴 들'은 오늘날 대구 남구 소재의 미군 부대로 유추된다.

계산성당, 김광석 길, 경상감영 등 대구 중구는 근대 역사 문화의 보고다. 중구에 부는 부동산 재개발 바람에 대해 권 대표는 아쉬워하고 있다. 권 대표는 "라일락 1956 건너편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그 일대에 이상화 시인의 동료였던 고월 이장희 시인의 생가터가 있는데, 이장희 시인의 흔적은 이제 사라지게 됐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권 대표는 도시재생의 문제로 젠트리피케이션과 듀플리케이션을 지적했다. 김광석 길은 예술가들과 주민의 노력으로 관광지가 됐는데 프랜차이즈 입점으로 일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획일적인 아파트만 복제돼 늘어난다'는 의미의 듀플리케이션으로 문화유산 보전은 배제됐다. 이장희 시인 생가터가 사라진 것이 대표적 예시다.

권 대표는 "주거 환경 개선은 아파트를 지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을 중심으로 공유 공간을 확보해 밀집된 주거 공간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앞서 살았던 이들이 만든 토대 위에 서 있다. 그들의 삶의 태도와 정신을 잘 이어받아 살기 좋은 대구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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