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맥주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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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0 06:39  |  수정 2023-07-10 07:01  |  발행일 2023-07-10 제27면

"저게 무엇인고."(사대부 집 아씨 고애신·김태리 분) "맥주라 불리는 서양 술이오."(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이병헌 분) "자네(도공 황은산·김갑수 분)는 이 술맛을 봤는가."(고애신) "마셔봐야 배만 부르고 탁주만 못합죠."(황은산) "그럼 한 병만 나누세."(고애신) "싫습니다요. 한 사발도 아깝습니다."(황은산). 2018년 방송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등장인물들이 주고받은 말이다. 구한말 맥주가 조선에 들어왔을 때다. 맥주 맛을 알아버린 조선인의 모습을 그린 한 장면이다. 당시 맥주는 귀하디 귀한 술이었다. 조선 고종 임금 8년, 강화만(江華灣)에 진주한 미국 함대 콜로라도호에 조선 관리들이 승선했다. 정보를 캘 요량이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배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마시고 난 빈 맥주병을 들고서.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한국인이 이 땅에서 처음으로 맥주를 접한 순간이라는 기록이 전해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에 관한 기록은 수메르인 유적에서 발견된 기원전 3000년의 점토판에 있다. 소맥을 원료로 하고 대맥으로 색깔을 낸 맥주로 관리들에게 삯을 줬다고 전해진다. 수메르인들은 맥주를 '신의 선물'로 여겼다. 상류층의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은 술)였던 맥주가 본격 상품으로 선보여진 것은 13세기 유럽에서였다. 맥주는 세계에서 물과 차에 이어 셋째로 즐겨 마시는 음료로 알려져 있다. 이달부터 편의점의 수입 맥주 묶음 가격이 올랐다. 1만1천원에서 1만2천원으로. 여름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혼맥(혼자 맥주)' '치맥(치킨과 맥주)'도 갈수록 부담스러워진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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