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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통업계도 관련 사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소비자들도, 유통업계도 충격에 빠졌다. 음료수와 과자에 폭넓게 사용돼온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지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제품명에 '제로'가 붙은 식품부터 시장에서 외면받을 공산이 커졌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품첨가물 전문가회의(JECFA)는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도 발표할 예정이다.
아스파탐은 국내에서 막걸리, 음료수, 과자 등에 널리 쓰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극소량으로 단맛을 낼 수 있어 '슈거 제로(Sugar zero)' '저당' 제품으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김모(31·대구 북구) 씨는 "설탕을 안쓰고 칼로리가 '0'이라니 일반 제품보다는 건강에 조금 좋을 것 같아 인공감미료 제품을 즐겼다"며 "그런데 최근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당혹스러웠다. 앞으론 관련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통업계도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마트는 12일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제로 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5종), 스낵류 6종 제품 등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지정에 대비, 소비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선제 대응이다. 원료 대체 작업에는 약 2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각 제조사와 세부 사항 논의가 한창이다.
현재 팝콘류 등 10개 PB 품목에서 아스파탐 함유 제품을 판매 중인 롯데마트도 바빠졌다. 롯데마트는 WHO의 결정 방향, 식약처 후속 조치 등을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추가 출시할 상품에는 아스파탐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아스파탐 논란은 아직 유통업계에 실질적인 매출 타격은 주지 않았다.
롯데마트의 이달 1∼10일 기준 막걸리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 하지만 제로 음료 매출은 오히려 5% 늘었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대표 음료인 펩시제로 매출 증가율도 코카콜라제로보다 약간 적은 수준에 그쳤다. 편의점에서도 특이 판매동향은 보이지 않았다.
대구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름철 무더위와 폭우가 반복되는 데다가 아직 아스파탐에 대한 공식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다. 제품 수요에 큰 차이는 없다"며 "식약처가 밝힌 아스파탐 일일 섭취허용량(ADI) 등을 고려하면 그 위험성에 대해선 아직 지켜보는 단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에 따르면 체중 70㎏ 성인이 아스파탐 2.8g을 평생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기준이 있다. 식약처는 국내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이 이 기준으로 0.12%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다는 입장이다.
다만,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공식 지정하면 관련 제품 매출 추이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식약처도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해 위해성 평가를 진행하고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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