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이어도 일단 사고 보자"…'포모 증후군'이 '빚투' 적신호 켰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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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2  |  수정 2023-08-01 15:48  |  발행일 2023-08-02 제3면
2차전지주 '포모 증후군'에 '빚투' 급증...7월 신용거래융자 20조원 규모

증권가도 손놓은 에코프로, 급등락 반복 중..."예측 불가해 투자 주의"
100만원이어도 일단 사고 보자…포모 증후군이 빚투 적신호 켰다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빚투(빚내서 투자)'가 폭증하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거래융자)이 20조원에 육박한다. 2차전지 열풍이 '포모(FOMO·흐름에 뒤처지거나 소외된다는 두려움) 증후군'으로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마구 사들이는 모양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9천67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6조원가량이던 잔액이 올해 6월 들어 19조원을 넘기더니 7월엔 20조원대까지 바짝 다가섰다. 투자예탁금은 6월말 51조원 규모에서 지난달 27일엔 58조1천900억원까지 늘어났다. 작년 7월 1일(58조7천3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같은 '7월 주식 과열' 현상을 유발한 건 2차전지 종목이다. 과열·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퍼지면서 다른 종목을 팔거나, 빚을 내서 2차전지주 투자에 목을 매는 모양새다.

2차전지 테마를 대표하는 에코프로의 경우, 7월 평균 매수단가는 100만9천300원(키움증권)으로 집계됐다. 6월말 75만4천원(이하 종가 기준)으로 장을 마감한 에코프로는 바로 다음 거래일(7월 3일) 15만4천원이나 뛰어 90만8천원이 됐다.

이어 지난달 17일 99만9천원으로 '황제주'를 코앞에 두더니 하루 만에 111만8천원으로 치솟았다. 이후 약 7거래일 동안 주가가 110만~120만원대를 오갔고, 여기에 개인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평균 매수단가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시장에 나온 목표가 중 가장 높은 건 4월 12일 하나증권이 제시한 '45만4천원'이다. 하나증권이 5월 19일 45만원으로 목표가를 하향조정한 뒤 부터는 어느 증권사도 보고서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5월 19일 에코프로 주가는 이미 목표가를 훌쩍 넘긴 53만원이었다. 4~5월 60만~70만원대였던 에코프로의 목표가를 고작 45만원으로 설정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콧방귀를 꼈다. 이들은 보고서가 아닌 온라인에 퍼진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 집중했다. 과거 부동산·코인 급등세 때 겪은 '벼락거지' 신세를 면하려는 이들이 돈을 넣기 시작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주식 시장을 달궜다. 관련 밈이 퍼지면서 에코프로를 보유하지 않은 이들을 포모에 시달리게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2차전지 종목 주가가 계속 오르자 기존 보유한 종목을 팔아서까지 사들인 듯하다. 일종의 투기 심리"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26일 장중 에코프로 주가는 153만9천원까지 고공행진했다. 하루 뒤엔 98만5천원(종가기준)으로 하락했다. 불과 이틀새 7조1천878억원의 거래대금이 오갔다. 자금을 총동원해 추격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문제는 나머지 2차전지 종목도 언제든 큰 폭의 등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2차전지 산업이 새로운 분야인 데다가 에코프로는 그 선두에 있고, 투기적 심리가 겹쳐 지금의 혼란을 가장 크게 겪은 듯하다"면서 "내부적으로도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여 투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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