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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항구도시였던 말레이시아 믈라카의 바닷가. 과거 많은 배와 사람들이 믈라카 항구를 드나들었고 이곳에 다양한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
바다와 육지·동양과 서양·꿈과 현실이 만나고
강대국과 약소국 영욕의 역사가 공존하는 장소
전세계 각지 항구도시의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있는 '항구도시'. 그곳은 한 세상의 끝일까, 시작일까. 육지의 시각에서 보면 끝 지점, 바다의 시각에서 보면 시작점일 것이다.
지형적으로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항구도시가 아닐까. 도착과 출발이 함께하는 곳.
항구도시는 끝과 시작, 절망과 희망, 이별과 만남, 꿈과 현실… 늘 그 어딘가에 서 있는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어떠한 끝도 완전한 끝은 아니다. 끝은 시작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육지의 끝에는 바다가, 바다에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이에 항구도시는 오랫동안 세상을 향한 '문' 역할을 해왔다. 세상의 문 앞에 서는 것은 늘 긴장되고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바다를 끼고 있는 연안의 도시들은 내륙의 도시들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뿜어낸다. 언제든, 어디로든 바다 건너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일까. 항구도시에 가면 잊고 있던 꿈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역사적으로도 항구도시들은 많은 부침을 반복해 왔다. 입지적 특성 때문에 가장 먼저 정복의 대상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연안 항해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갔고, 육지와 바다의 자원을 모두 갖춘 연안지대에 빠르게 정착했다. 그 결과로 생긴 공동체와 문화권은 지리 조건, 우연한 사건, 역사적 경험과 다른 영향에 대응하여 다양하게 분화되었지만, 이들은 대개 바다와의 연계성을 반영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처음 읽는 바다 세계사·헬렌 M. 로즈와도스키·현대지성)
때로는 번영의 역사가, 때로는 아픔의 역사가 전 세계의 많은 항구도시에 새겨져 있다. 그 영향으로 세계의 여러 문화가 연안지대에서 시작됐고, 그곳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하고 공존했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항구도시는 국제도시의 변모를 갖추게 됐다. 다양성이 넘치는 곳에서는 절대적인 것도, 정답도 모호해진다. 항구도시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과거 혹은 현재까지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항구도시들은 여행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다.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의 유명한 항구도시들은 마치 전설 속 이야기처럼 존재한다. 한 대륙의 중요한 역사가 항구도시를 통해 쓰였다.
아시아에도 다양하고도 매력적인 문화가 살아있는 항구도시들이 있다. 대만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가오슝, 역사적인 항구도시였던 믈라카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 항구가 있는 포항과 부산까지…. '바닷길'은 '하늘길'과 더불어 한 지역의 경쟁력을 의미하기에 오늘날까지도 항구도시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기간 꿈을 품고 항구를 찾았던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위클리 기획 '끝은 또 다른 시작' 여섯 번째 주제는 바로 '세계를 향한 문, 항구도시'이다. 입지적 특성과 역사가 함께 만들어 낸 다양한 문화가 우리를 부른다.
믈라카에서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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