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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바라본 도시의 반짝이는 야경. |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야경은 꽤 아름답다. 비행기가 지나는 곳이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위인지 알 수 없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멀리서 본 불빛은 검은 바탕 위에 쏟아진 보석처럼 반짝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표현은 참 여러 순간에 맞아떨어지는 말 같다.
저 아름다운 야경의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떨까. 모두가 불빛처럼 화려할까. 그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보면, 멀리서 본 것과는 다른 모습을 마주할지 모른다. 여행자에겐 황홀하기만 한 야경 너머로 현지인들의 지친 일상이 감춰져 있을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세상의 부조리에 좌절하면서 종종거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 말이다. 그곳에도 가난한 자들이 있을 것이다.
자, 이제 비행기에서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온다. 짧은 출장이나 여행을 끝내고 내가 다시 돌아가는 곳도 저 불빛 아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인 것이다.
여름휴가 시즌이다. 길었던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국민들에겐 더 간절해진 휴가다. 지금쯤 휴가를 마무리하는 이도, 아니면 휴가를 시작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문학이나 그림, 음악, 영화 같은 예술문화를 통해 한 나라나 도시에 동경심을 갖는다. 옛날에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고 언젠가는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겠노라고 꿈꿨고…. 관광은 로망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산문집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하여'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솔직하고 재미있는 문장인 것 같아 메모를 해놨었다.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휴가 기간만큼은 특별한 시간을 보내길 꿈꾼다. 그러나 늘 그렇듯 휴가는 짧다.
휴가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휴가 후유증'이 찾아오곤 한다. 잠시 일상을 떠나 꿈 같은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면 기다리는 것들 때문이다. 밥벌이의 고단함과 치열한 경쟁, 만성 피로…. 특히 최근에는 '흉기 난동' 등 화가 나고 안타까운 소식도 잇따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은 항상 세상과 멀리 떨어진 상공에 사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TV 속 일부 유명인사들도 일상의 짜증을 더하게 하는 존재다. 그 와중에도 여러 매체에서는 '배금주의'를 부추기고, 현실 속 많은 사람들은 초라함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수년째 진영논리의 광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정치권의 상황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 폭염 속에서도 그들의 광기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꺼놓고 TV도 보지 않았던 휴가 때가 금세 그리워진다.
"휴가라도 있는 게 어디냐."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흔한 푸념이다. 힘들고 흉흉한 현실을 휴가 기간 며칠 동안만은 피해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좋은 세상은 휴가 기간 만큼이나 그 이후의 삶도 충분히 멋진 세상이 아닐까.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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