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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배우이자 무용가인 다나카 민씨가 8일 대구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다나카 민(Min Tanaka)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다. 영화 초반부터 그는 인상 깊게 등장한다. 다나카 민의 역할은 서글프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그런 복합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는 인물이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마치 '존재'가 '연기'를 넘어선 사람 같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표현이 됐으니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한 눈빛과 깊은 주름, 붉은 매니큐어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일본의 무용가이자 배우인 다나카 민이 다시 한번 이누도 잇신과 만나 다큐멘터리 '이름 없는 춤'(9일 개봉)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다.
조용하지만 당당하게 관객의 통념을 뒤흔들었던 배우와 감독의 만남만으로도 영화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이번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걸까. 1945년생, 길다면 긴 세월을 살아낸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는 작품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8일 오전, 대구를 찾은 다나카 민을 직접 만나 영화와 그의 예술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자) '이름 없는 춤'은 어떤 작품인가. 무용가에게 '답'을 묻는다는 것이 미안한 일이지만, 당신은 분명 이번 작품을 통해 온몸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나카 민)"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웃음) 영화는 여러 나라와 장소에서 몇 년 간 춤을 추는 것을 영상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유년기 시절의 이야기는 유명한 야마무라 고지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됐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이름 없는 춤'에 대한 것이다. 굳이 어떤 말로 표현하기보다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니까. 영화에선 춤을 통해 삶, 그 중심으로 들어간다. 내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을 한번 춤으로 표현해본 것 같다."
▶영화에서 프랑스와 포르투갈, 일본의 여러 장소에서 춤을 춘다.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라이브'다. 당신에게 춤은 어떤 의미인가.
"이 지구의 인간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 것이 춤이지 않을 까 생각한다. 요즘 춤에는 어떤 형식과 기술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나에게 춤은 '항상 움직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넓은 의미다. 춤의 형태보다는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만나 이루어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은 인생의 경험과 감각, 글과 그림 등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느낀다. 내가 세상을 깨닫고 느끼는 것은 춤을 통해서다."
▶언어에는 완벽한 소통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모국어가 다를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언어로 표현·해석이 어려운 것들도 춤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 그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한 부분으로 봐도 될까.
"좋은 해석이다. 그리고 춤이라는 것은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중요한 표현·소통의 수단이었다고 생각해왔다. 언어가 달라도 춤을 통해서는 소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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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배우이자 무용가인 다나카 민씨가 8일 대구에서 영남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시대를 뛰어넘을 명작이라 생각한다. 그 영화를 보고 나면 방심하다 몇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영화가 '사랑'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감독이 담아낸 이번 다큐도 역시 무언가를 꿰뚫는다는 느낌이다.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꿰뚫는다라… 이누도 잇신 감독이 그만의 방식대로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이 작품에도 담겼으리라 본다. 나는 어디든지 장소 불문하고 춤을 춰왔는데, 영화 '메종 드 히미코'를 찍고 나서 감독이 내 춤을 보게 됐다. 그는 오랫동안 내 춤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영화를 찍을 생각이 없었는데, 감독이 열정을 가지고 다가와 줬다. '과연 이 결과물이 재미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감독의 편집 등을 거치면서 더 새로워지고 재미있어진 것 같다."
▶작품 활동 외에 '춤을 위해' 농사를 짓고 있다고 들었는데, 일상은 어떠한가.
"야마나시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옛날에 비해 농사 짓는 인구가 많이 줄어들었다. 차(茶)와 보리, 감자류를 키우고 있다. 계절에 맞는 야채도 다양하게 재배한다. 벼처럼 손이 많이 가는 농사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작물을 기르고 있다. 벌써 농사를 지은 지 40년이 됐다."
▶대구라는 도시의 인상은. 또 대구의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작품에서 의상을 담당한 야마구치 겐베씨와 함께 대구에 오게 됐다. 대구는 빌딩이 많은 대도시지만,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장독대가 있는 작은 집도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졌고, 대도시 한켠에 저런 풍경도 남아있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대구의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내 춤과 작품을 보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준다면, 그래서 어떤 느낌을 받게 될 수 있다면 참 감사할 것 같다. 언젠가 대구에서 춤 출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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