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암흑기와 전화위복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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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9 06:57  |  수정 2023-08-09 17:41  |  발행일 2023-08-09 제26면
KBO 최고 구단 삼성도
세 차례 암흑기 거쳤지만
성공적 리빌딩 발판 마련
이승엽, 최형우 명성 이을
20대 야수진 기대감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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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체육부장 겸 NFT 팀장

삼성 라이온즈는 KBO 구단 중 가장 꾸준히 호성적을 거뒀던 팀이다. 현존하는 구단 중 유일하게 페넌트레이스에서 최하위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팀이고, 2022년 시즌까지 정규 시즌 누적 통산 승률이 0.548로 압도적 1위이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이 꾸준하다고는 하지만 늘 좋을 수는 없기에 이른바 '암흑기'로 불리는 시기가 몇 번 있었다.

첫 암흑기는 1990년대 중반이다. 1994년 5위, 1995년 5위, 1996년 6위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두 번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다. 당시 삼성의 팀 컬러와는 맞지 않는 지키는 야구, 배영수 혹사, '전설' 양준혁의 갑작스러운 은퇴 등으로 성적보다는 팬들의 실망이 커 암흑기로 불리는 시기였다.

세 번째는 현재진행형이다. 2016년과 2017년 구단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인 9위를 기록했고, 2021년 반짝 반등했다 올해 역사상 최초로 꼴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이 추락한 팀이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리빌딩'이다. 리빌딩은 말 그대로 '재건축'이다. 말하자면 당장 우승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팀의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3~4년 안에 다시 정상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는 오랜 기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으로 악명 높았다. 그러나 2011년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되면서 리빌딩이 시작됐다. 컵스는 유망주 트레이드와 선수 개발에 집중해 우승을 위한 팀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16년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우며 리빌딩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삼성 역시 암흑기를 리빌딩의 기회로 삼으며 도약한 전례가 있다. 첫 번째 암흑기 때 신진급 선수 육성을 통해 1997년 이승엽이라는 홈런왕을 배출했다. 또 김한수·최익성·김태균·정경배·신동주 등의 선수들도 자리를 잡으며 팀의 공격력을 이끌면서 2002년 감격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2년 연속 통합 우승의 후유증으로 찾아온 두 번째 암흑기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주축선수들의 노쇠화와 부상, 부진 등으로 생긴 공백을 새 얼굴로 메웠다. 채태인과 박석민은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았던 2008년 두 자릿수 홈런을 쳐냈고, 최형우는 2008년 신인왕까지 수상한다. 이 밖에도 이영욱, 김상수, 배영섭 등이 암흑기를 기회로 잡은 선수들이다.

세 번째이자 현재 진행형 암흑기인 현재는 어떨까. 비록 팀 현실은 성적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지만 그 안의 미래를 보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일명 '굴비즈'로 불리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붙어 다니는 김지찬(2루수)과 김현준(중견수), 이재현(유격수)은 이제 갓 20대 초반이다. 여기에 LG에서 온 김재성이라는 공수를 갖춘 예비역 포수가 아직 20대 중반이다. 김영웅이라는 3루수도 포텐을 터뜨릴 준비가 끝난 상태다.

이른바 센터라인으로 불리는 포수, 유격수, 3루수, 2루수, 중견수에 모두 20대 초중반의 선수가 포진한 구단은 오직 삼성뿐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암흑기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리빌딩의 과정이 된 전례처럼, 이번 암흑기도 다가올 우승을 위한 성장통이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홍석천 체육부장 겸 NFT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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