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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대구 남구 봉덕1동에서 일사천리 복지기동단이 저장강박 의심 증세를 보이는 세대를 찾아 주거환경 개선작업을 펼치고 있다. <남구청 제공> |
#1. 남편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후 세상에 홀로 남겨진 김모(88·남구 봉덕1동)씨는 얼마 전 새 말동무가 생겼다. 말동무들은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는 김씨의 건강을 매일 살피는 것은 물론, 선풍기·도시락·소정의 급여 등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만 머무르는 김씨는 매일 이들의 방문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 알코올 의존증 환자 배모(63·대명11동)씨는 홀연히 나타난 의인들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심한 당뇨병증을 앓던 배씨는 저장강박증세까지 나타나며 집이 쓰레기장 신세였다. 이때 등장한 의인들은 배씨의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후원 금품 지원 연계까지 도왔다. 이들의 도움 덕에 배씨는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빠르게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남구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타나는 '민원 해결사'들이 화제다. 남구가 포용적 복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발족한 '일사천리 복지기동단' 이야기다.
9일 남구에 따르면, 현재 일사천리 복지기동단으로 활동 중인 단원은 1천556명이다. 지난 4월 발족 당시보다 500여명이 늘었다. 무보수 명예직임에도 입소문을 타고 복지 꿈나무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사천리 복지기동단은 도심재개발로 주거여건 양극화 현상을 겪는 남구의 맞춤형 복지사업 추진을 위해 발족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현장 중심의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대구에서 동별로 찾아가는 복지사업을 운영한 선례는 있지만, 지자체 통합 운영은 남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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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 복지기동단이 취약계층 세대를 찾아 벽지 및 곰팡이 제거 후 단열작업을 하고 있다. <남구청 제공> |
복지기동단은 안부 확인 등 이웃 주민 돌봄부터 지역 내 위기가구 발굴, 생활 불편 개선, 생계 위기 지원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고충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동네를 가장 잘 아는 통장 및 생활업종(우체국 집배원 등) 종사자 등을 주축으로 위기가구 발굴 등에서 발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기동단원인 이정희(65) 봉덕1동 통장은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민원을 처리한다고 보면 된다. 곧 태풍이 올라온다고 해서 동네 어르신들 댁을 방문해 안전여부를 점검했다"며 "아직 남구에는 정(情)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주민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민원은 관이 나선다. 남구는 올해 복지기동단 예산으로 국비 포함 1억2천500만원을 확보했다. 동에서 추천받아 취약계층 어르신의 생활비(가구당 20만~30만원) 지원 및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일사천리 복지기동단의 날'을 운영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주민 관심 제고에 나섰다.
발족 4개월 만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기동단은 66가구의 생활 불편을 개선했으며, 40가구의 주거환경 개선을 이뤄냈다. 또 147가구에 생계비 및 의료비를 지원했고, 저장 강박이 의심되는 10가구에 클린케어 서비스를 실시했다.
장경영 남구청 행복정책과장은 "복지기동단 운영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와 민간 지원을 연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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