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만에 끝난 사자의 탈주극 '재구성'(종합)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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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14 12:31  |  수정 2023-08-15 05:34  |  발행일 2023-08-15 제5면
신고 접수 후 고령·성주 재난문자…캠핑장 등은 '혼비백산'
경찰·엽사 150여명 수색 20여분만에 근처 풀숲서 발견 사살
새끼 때 봉화군서 사육신고 후 옮겨져…수사자는 이미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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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사의 총에 맞아 사살된 암사자.고령소방서 제공
이 기사는 사자의 탈주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14일 오전 7시24분쯤 112 신고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습니다"

사자의 탈주극이 시작된 곳은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산 39-10의 한 동물농장. 관리인이 먹이를 주고 청소하기 위해 사육장으로 들어갔을때 사자는 없었고 사육장 뒷문이 열려 있었다.

관리인은 동물농장 주인에게 이 사실을 급히 알렸고 동물농장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고령군과 경찰·소방, 고령군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 소속 엽사 등 159명과 장비 34대가 사자 탈주 현장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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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7시24분쯤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동물농장을 탈출해 인근 북두산 숲속에 숨어있던 암사자(사진 위쪽)가 엽사의 총에 맞아 사살됐다.고령소방서 제공

고령군은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민에게 사자 탈출 사실을 알리고 "사자를 발견하면 119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령군과 접한 성주군도 이날 오전 같은 내용의 재난 문자를 주민에게 발송했다.


옥계리 주민들은 물론 인근 성주군, 경남 합천군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에 머물러야 했다.

휴가를 맞아 옥계리 인근으로 놀러 온 관광객들의 사정은 더욱 다급했다.


동물농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설 캠핑장. 암사자 탈주 문자를 접한 캠핑장 관계자가 확성기로 70여동의 텐트 등에서 야영하고 있는 관광객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말그대로 혼비백산이었다. 관광객들은 소지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서둘로 캠핑장을 벗어나 면사무소로 대피했다. 잠깐 사이에 70여명의 관광객들이 이 곳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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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8시30분쯤 경북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동물농장을 탈출한 암사자를 사살해 유관기관에 인계한 소방과 경찰이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고령군소방서 제공

고령군·경찰·소방 등이 수색에 나선지 얼마되지 않아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자 고령군과 성주군, 경남 합천군은 주민들의 북두산 출입을 통제했다.

고령군·경찰·소방 등은 수색에 나선지 20~30분쯤 지난뒤 동물농장에서 아래 방향으로 15∼20m 떨어진 풀숲에서 암사자를 발견됐다. 동물농장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거나 앉아 있었던 것이다.

수색에 나선 이들은 '생포냐 사살이냐'를 놓고 고민했다. 사살로 의견이 모아졌다. 암사자가 맹수인데다 민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탓에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마취로 불안했다. 엽사 2명이 2발을 쐈고 암사자는 즉사했다.

사살된 암사자는 환경시설관리 고령사업소 냉동 창고로 옮겨졌다가 고령군에 인계됐다.


암사자의 탈주극은 한시간여만에 '사살'이라는 결말로 종료됐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사자는 멸종 위기 2급 동물로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사육 할 수 있다.


이날 사살된 암사자는 2008년 경북 봉화군에서 사육을 하겠다고 대구지방환경청에 정식으로 신고된 개체로 파악됐다. 아직까지 언제 어디서 수입이 됐는지, 이전 기록 등이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이번에 사살된 암사자는 새끼때부터 동물농장에서 사육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이 동물농장이 우사와 관련한 운영 허가는 받았지만 사자 사육 허가는 받지 않았다는 고령군의 입장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관할 행정 관청인 고령군도 암사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고령군에는 맹수를 관리하는 부처가 없기 때문이다.

고령군의 한 관계자는 "사자가 탈출한 동물농장은 지난해 2월부터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 중이었지만 동물농장 주인이 몰래 사자를 키웠던 걸 주변 주민이나 이장조차도 몰랐다고 한다"며 "사자 탈출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상당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군은 동물농장 주인이 그동안 암사자 사육을 놓고 많은 적지 않은 곤란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령군의 또다른 관계자는 "동물농장 주인이 지난해 농장을 인수 한 뒤 맹수인데다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환경청에 문의했지만 인수하거나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는 답을 들었고 동물원에도 의뢰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있을 수 있어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사자가 탈주한 동물농장에는 1개 건물에 사육시설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 1개 동에도 수사자가 살았지만 동물농장 주인이 이곳을 인수하기 전 이미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자 우리는 지난해 9월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로부터 마지막 시설 점검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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