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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사업 지연으로 대구 중구 도심 일원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 중구 대봉동 재개발 사업지 일원 골목에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
지난 14일 대구 중구 대봉동 일원.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으로 중구 일대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고 있지만, 이 동네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인적이 드문 동네에는 사람 키보다 더 큰 수풀과 잡초가 무성했다. 좁은 골목길은 우거진 수풀로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동네 곳곳에는 주민이 버리고 간 가재도구와 쓰레기로 넘쳐났다. 반쯤 무너진 채 방치된 빈집도 즐비해 이곳은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주민 A씨는 "작년부터 주민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마을 전체가 슬럼화되고 있다. 밤에는 돌아다닐 엄두조차 못 내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재개발사업이 주춤하면서 대구 도심 일원이 '유령마을'로 방치되고 있다. 빈집과 쓰레기로 가득한 동네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펜스조차 없어 각종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16일 중구 등에 따르면, 남산동과 대봉동에 걸쳐 연면적 약 22만㎡(6만6천여평) 규모의 공동주택 건설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해 6월 대구시 교통영향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사업주의 토지매입이 시작돼 지난해 초부터 주민이 하나둘씩 동네를 떠났지만, 아직도 30여 세대는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대다수가 동네를 떠났지만, 이곳은 철거작업은 물론, 펜스도 설치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일부 주민이 아직 동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빈집이 방치되자 비행 청소년과 노숙자 등이 들락거리면서 우범지대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지자체는 빈집은커녕 남아 있는 주민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사업계획 승인 이전 사업지의 방범 대책은 지자체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당국의 무책임 속에 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이곳 주민 B씨는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사람도 엄연히 시민이고 중구 주민"이라며 "이들도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구 관계자는 "사업승인 절차가 완료돼야 사업지 내 빈집 등에 대한 방범 대책을 조합에 요구할 수 있다"며 "해당 사업지의 사업승인이 언제 될지 알 길이 없다. 아마 꽤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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